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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Jul 31. 2019

첫 프로젝트, 처음 야생버섯

송이, 능이 말고 300여 종의 야생버섯,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1년 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팀에서는 버섯 연구가 한창이었다. 수많은 버섯 중에서도 야생버섯의 유통에 대해 조사하라는 임무가 맡겨졌고 땅속 깊이 자라는 트러플을 맨눈으로 찾아오라는 특명을 받은 양 눈앞이 캄캄해졌다. 무엇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저지르고 수습하고, 헤매고 돌아오고의 반복인 신입 인턴 시절이었다.


 야생버섯이라는 생소한 명칭을 처음 접하고 사전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흔하게 마트 채소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버섯은 사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미생물, 그중에서도 균계에 속했다. 균 중에서도 우리가 먹고 있는 버섯은 육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의 큰 균이며 독이 없어 식용해도 괜찮은 것들이다. 재배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양송이, 팽이, 새송이 등을 제외하고 아직 인공 재배하지 못해 산에서 직접 채취해야 하는 버섯이 ‘야생버섯’이다. 추석 선물세트로나 볼 수 있는 송이나 산 입구 백숙집에서 종종 등장하는 능이가 바로 그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산에서 자라는 야생버섯을 알기 위해 전국 팔도 지도를 펼쳐 들고 지도에 보이는 산들을 모두 색칠하고 나서 깨달았다. 한국에는 산이 너무 많았다. 한국의 국토 대비 산림 면적은 63%로 전 세계 15,000여 종의 버섯 중 약 13%인 2,000여 종이 한국에서 자생하는 것도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 중 독이 있어 먹지 못하는 버섯을 제외하면 식용 가능한 버섯만 해도 320종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산에서 자라는 버섯이라고 하면 송이(고급 추석선물세트), 능이(산 아래 닭백숙 단골 메이트), 싸리버섯(산호처럼 생긴) 정도만 떠올릴 것이다. 왜 우리는 단 세 종류만 알고 있을까? ‘산마니’가 많이 모여든다는 산 근처의 오일장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괴산 청천시장 야생버섯 판매장)


 “하루에 8~10톤 트럭으로 버섯이 오고 가.” 가을, 버섯이 한창인 계절이 되면 시장의 모든 점포가 야생버섯 판매점으로 변모하는 괴산 청천시장 상인의 말이다. 이곳에서 보라색의 가지 버섯(정명:민자주방망이버섯), 노란색 꽃 모양과 유사한 꾀꼬리버섯(Chantrelle), 물에 담가 놓으면 까만색이 배어 나오는 까치버섯(이명:먹버섯)을 포함해 열여섯 종의 야생버섯을 만날 수 있었다. 괴산 일대에서는 예전부터 꾀꼬리버섯으로 만든 돼지찌개, 밀버섯(정명:외대덧버섯)으로 만든 육개장을 먹어왔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에 야생버섯을 활용하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야생버섯을 채취하고 이것으로 음식을 해왔던 그네들의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산에서 버섯을 채취하지 못한 아버지들이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기 멋쩍어 시장에서 구입했고 이로써 버섯 시장이 발전했다고 하니 괴산 지역민의 버섯 사랑을 짐작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야생버섯 중 왜 송이, 능이만 대도시로 유입되었을까? 시장에서 송이, 능이 외에는 ‘잡버섯’으로 묶어 칭하며, 이 잡버섯은 송이와 비교하여 약 10배 정도 저렴하다. ‘산마니’ 입장에서도 저렴한 잡버섯을 채취하느니 이왕이면 송이, 능이를 채취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또한 잡버섯은 삶고, 우리고, 염장하는 과정을 거치며 빈 껍데기만 남아 ‘버섯전골 전문점’으로 유통되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생물로 유통되고 남은 버섯들은 염장해 1년 내내 사용된다.)


  

  잡버섯으로 섞여 들어간 것들 중에는 외국에서 요리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는 곰보버섯, 꾀꼬리버섯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름이 아닌 잡버섯으로 통칭되었을 때 그들의 개성은 사라진다. 하늘이 부여해준 자연 음식 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이제는 야생버섯의 이름을 되찾아주어야 할 때이다. 


 야생버섯을 즐기고 있는 요리를 기록함과  더불어 버섯의 특성을 살린 색다른 요리를 도시의 요리사들이 함께 고민해보는건 어떨까?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한국의 산이 준 맛있는 선물, 야생버섯이 우리의 가을 밥상을 더욱 다채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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