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의 좌절

피 (1)

by 휘기에

결핍이 나를 만들었고
나는 오래 결핍을 음미했다.
알싸한 피맛이 났다.
보이지 않는 나를 쫓았던 시간 동안
계절은 수없이 이름을 바꾸었고
나는 이제 오래 버티었다.

나는 내가 될 수 없어서
지금껏 나를 너에게서 찾았었다.
너에게서 나는 단 맛을 핥으며
나는 나의 피맛을 중화시켰다.
견뎌내었다.

나는 너를 버리고
나를 찾기로 했다.
얼굴에서 팔에서 가슴에서
피가 흐른다.
나는 너를 도려냈고
그것에 후회는 없었다.

그런데 이 밤 나는 왜이리 울적한 것인가.
나는 강하지 않다.
나는 위인이 아니다.
위대함을 바란 적은 없다.
나는 피 흘린채
밝아올 아침을 생각한다.

내가 바라던 아침이건만
상처에 닿는 햇볕이 쓰리다.
언젠가 아물 것을 알고 있지만
그 길에는 잠시 목 추일 단 물이 없다.
나는 무섭다.
그리고 저주스럽다.
신은 왜 내게 나를 알게 한 것인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채
깊은 잠에 들었으면 좋으련만!

생각은 스스로 상처를 찢어 피 흘리게 하는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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