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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Jul 10. 2023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

프랑스 혁명 속 탄생한 작품


프랑스혁명 시기에 그려진 작품들은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예술 작품들이 당시 시대정신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특히나 혁명을 준비하는 시대는 모든 것이 소란스럽고 들떠있지요. 국왕과 귀족들을 능멸하고 풍자하는 캐리커쳐 판화 작품들도 있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요틴에 처형당하는 참혹한 순간을 그린 그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질서를 전복시키는 이미지들은 흥미를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Portrait of Jacques Louis David, 1817/ François Joseph Navez

자크 루이 다비드는 프랑스혁명 시기에 활동하며  시각적으로 우아하고 고전적인 형상과 틀을 사용하지만 내면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담은 메시지를 그려 넣습니다. 그는 신고전주의 작품 스타일로 로코코의 화려하고 가벼운 스타일을 묵직하게 눌러버렸는데요. 고전 회화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프리 드 롬 Prix de Rome을 수상하며 로마에서 이탈리아의 고전 미술을 배우며 역사화의 기술들을 익히게 됩니다. 현재의 눈으로 그의 회화 작품들은 보아도 흠을 잡을 지점을 찾기 힘듭니다. 그 정도로 비율과 전체적인 구도, 인물 표현 모두 다 정확하며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1787년 작 <소크라테스의 죽음> 은 다비드의 정치적 소신이 담긴 대표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림에서 흰색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보이시나요? 

이 할아버지가 서양 철학의 뼈대를 시작한 소크라테스입니다. 소크라테스의 표정과 몸의 제스처를 보면 그가 죽기 직전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검지 손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손은 그의 제자가 건네주는 컵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잔을 건네는 제자는 손을 얼굴에 대며 고뇌에 찬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스승에게 건네는 잔은 독배였지요. 앞으로 다가올 스승의 죽음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신성 모독죄와 젊은 세대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로 기소당합니다. 당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알려진 소피스트들과 대립하는 위치에 서며 신의 존재에 반문을 하였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71세에 그는 주류 사회가 만든 법과 규율에 순응하기보다 자신의 죽음으로 증명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그가 깨우친 진리가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을요. 그림 속 인물처럼 손을 뻗어 독배를 마시고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걷다가 독이 심장에 스며들며 운명하게 됩니다. 


자코뱅에 입당하며 새로운 프랑스를 꿈꾸던 자크루이 다비드는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소크라테스를 빌려 표명한 것입니다. 군주제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소크라테스의 입장과 비슷한 마음이었겠지요. 소크라테스의 자기희생과 박애 정신을 통해 프랑스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갈망한 다비드의 마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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