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hey!
“식물도 다 보고 다 알아들어. 그러니 물도 주면서 잘 자라라고 말도 해주는 거야.”
식물이든 인간이든 알뜰살뜰하게 챙겨 주시고 키우시는 외할머니가 항상 말씀하셨다.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예쁜 화초들이 있어 집안이 푸릇푸릇하고 향기롭다. ‘금손’인 할머니가 만드신 밑반찬으로 우리 가족은 아직도 잘 크고 있는 중이니 할머니의 그 정성과 사랑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다고 자부하는 대표식물 선인장도 일 년 안에 시들게 만드는 ‘마이너스 손’을 가졌으니 할머니의 능력이 부러웠다. 선인장은 목이 마르면 물만 제때 주면 됐는데 항상 타이밍을 놓쳤다. 그저 내 공간 속 식물은 단순 소품에 불과했던 건지. 자신의 존재가 미미하다는 걸 알았는지 쉽사리 시들시들 해지면 난 그 모습이 시시했다. 자연스레 식물과 나는 상극이라 생각했고 자연이 보고 싶은 마음은 아파트 화단에 핀 나무와 꽃으로 대신했다.
놀랍게도 우리 집에서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식물들이 요즘에는 극진한 귀한 공주대접을 받는다. 올해 4월 초부터 키워 나가기 시작하는 식물들을 간단하게 소개해볼까?
뱅갈 고무나무, 관음죽, 산세베리아, 애플민트, 로즈마리, 노란 카라, 빨간 장미, 선인장 그리고 최근에 입양한 멜라닌 고무나무까지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화초 키우기 초보자인 내가 갑자기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한 이유는 내 사랑 똥꼬 강아지 ‘앵두’ 때문이다.
올해 19살이 된 요크셔테리어 앵두가 3월 마지막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일 년 전부터 쿠싱 증후군과 치매 증상으로 아팠던 앵두는 나와 아빠가 출근을 해도 세상모르고 자곤 했다. 앵두의 애교 있는 배웅을 못 받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고 그날도 역시나 아침 늦잠을 자고 있었다. 출근 직 전 엄마는 앵두가 많이 아픈 거 같으니 한번 봐주고 가라고 했다. 기운 없는 강아지를 품에 살짝 안아보니 숨을 쉬는 소리가 실처럼 가늘었다. 생전 처음 느껴본 조심스러운 숨소리였다. 앙상하게 수분이 빠진 듯한 몸은 내 팔에 축 늘어졌다.
“엄마! 앵두 숨소리가 왜 이렇게 가늘어? 좀 이상하네. 얘 아직 뭐 하나도 안 먹은 거지?”
“응. 오늘 또 많이 안 좋은가 보네.” 앵두가 아프면 엄마의 얼굴도 같이 어둡다. 일 년 넘게 치매 때문에 잘 가리던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다 보니 집 안 빨래와 청소 거리가 항상 넘쳐나기 때문이다.
“엄마 다녀올 게! 앵두 사진 중간에 보내주고, 뭐 좀 먹여주고요!”
찜찜하지만 우선 집을 나섰다.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앵두의 가느다란 숨소리와 작은 몸집의 감촉이 계속 생각났다. 앵두는 그날 우리 모르게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최대한 가볍게 가고 싶었는지 물과 음식에 입도 대지 않았다. 퇴근시간 한 시간 전 엄마에게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앵두는 쿠싱 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으로 악을 다해 소리치며 짖어 대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살려 달라고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마지막 하고 싶은 말들을 우리 가족들에게 쏟아내는 거 같았다. 혀는 점점 더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뱉어낸 걸까?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엄마 품에서 축 몸을 늘어뜨리며 남은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그 날숨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며 또다시 숨을 들이쉬길 기대했지만 결국 앵두는 그렇게 우리 가족과 이별을 했다.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평온하게... 우리는 이불에 쌓인 남은 온기를 부여잡고 시끄럽게 울었다.
최근까지 햇빛 잘 드는 거실 창가에 앵두의 유골함이 싱그러운 화초와 꽃들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앵두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는 동안 외롭지 않게 노란 카라를 제일 처음 옆에 놔주었다. 노란 카라의 꽃말이 ‘천년의 사랑’이라는 뜻이란 다. 장미는 관리하기가 조금 까다로워서 가지치기를 많이 했다. 남은 꽃 개수는 이제 다섯 개 내외인데 남은 봉우리라도 봄이 끝나기 전에 잘 피었으면 한다.
제일 믿음직스러운 뱅갈 나무도 잎이 더 파릇파릇 해져 건강하다. 자라는 키는 눈에 띄지 않지만 확실히 잎사귀는 무성해졌다. 이 외에 다른 식물들도 우리 집에서 3주 넘게 적응하며 잘 자라고 있다.
식물 초 짜 주인을 만나 고생하지만 누구보다 앵두를 돌봤던 정성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키우는 중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로즈마리. 향기가 좋아 식재료로도 쓰려고 키우기 시작했는데 성장이 멈춰 있는 듯하다. 화분 아래를 보니 뿌리가 터 질듯이 커졌다. 분 갈이를 해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되는 시점이 왔나 보다. 올해 4월 마지막 주 연휴는 식물들을 분 갈이 해서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반려 식물의 주인이 된 지 1달 남짓 되었지만, 흙을 만지는 감촉도 좋고 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자라 있는 식물을 관찰하는 즐거움이 뭔 지 벌써 알 거 같다. 요즘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면서 지난날 짧은 생을 마감했던 선인장들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 앵두를 대신하는 식물 친구들이 안식처가 되어주니 마음도 차분해진다.
파릇파릇하게 잘 자라 거라! 더도 말고 우리 똥 강아지 앵두만큼만! 앵두야 고맙고 사랑해! 오랜 시간 함께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