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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Mar 25. 2022

내게는 피로한 해쉬태그

마음의 편함을 위해 조금은 불편했으면 좋겠다

빅 데이터 시대라고 하며 해쉬태그라는 놈이 매일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산다.

처음에는 이 해쉬태그를 마주했을 때 너무 낯설었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굳이 저렇게 함축적인 단어, 의미 없어 보이는 단어를 해쉬태그로 걸어야 하나 싶었다.

#ootd #서울맛집

'삶' '인생'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옛날 사상가들이나 철학자들은 몇백 페이지의 글을 썼을 정도로 문해력이나 뇌의 가동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은 단어 띡! 하나 써서 태그 걸어 놓으면 그 단어가 마치 '주목' 외치듯 그에 상응하는

이미지들이나 내용들이 우르르 한데 모인다.

처음에는 편하다.

데이터를 토대로 뭔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함을 주고 시간 단축도 해준다.

그리고 흥미롭다.


하지만 요즘은 불편하다.

해쉬태그 누군가 깨뜨려서 먼지처럼 우주로 날아가게 해 주면 좋겠다.

사람들이 좀 불편함을 감수하면 좋겠다. 그 불편함을 감수해야 인내심도 생기는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다.

해쉬태그는 여러 데이터를 한 번에 집합시키고 한 번에 검색하고 한 번에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매우 편한 기능이다.

한마디로 '시간 초단축 정보 중매쟁이'다.

참 편한 세상에 산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기계 같이 명쾌함을 바라는 요즘인가 싶기도 하다.

누군가 대신 읽어주고, 대신 검색도 해서 찾아주고 하니, 인간은 기계보다  멍청해진다.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해도 매일 마주하는 이 해쉬태그라는 놈과는 절교하고 싶은 마음이 매일매일 불쑥불쑥 든다.

하지만 해쉬태그를 손에서 놓는 순간 디지털 자연인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산속에 들어가는 것이나 해쉬태그와 작별하는 것이나 비등하다. 나름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해쉬태그의 한 자락을 부여잡고 있다. 가끔은 이 것 자체를 모르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심 부럽다.


오늘도 해쉬태그 수십 개 박은 내 손가락이 참 싫다.

이 시간에 책이라도 몇 페이지 더 읽고 , 친구와 수다 떨고 싶다.

멍 때리며 조용한 방 공기를 느끼고 싶고 전화 랜선 연결해서 인터넷 썼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어차피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인생 친구의 수가 100명 이상이 불가능하고 온라인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듯, 우리가 찾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커넥션을 수용할 수도, 가져갈 수도 없다.

10년 후에는 해쉬태그는 사라져 해쉬태그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

그냥 인간의 언어로만 소통하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좀 길어도 얼버무려도 짧은 시간 동안에 찾을 수 있는 것만 찾고 못 찾는 것은 빗물이 흘러 하수구로 내려가 듯 그냥 떠내려가게 내버려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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