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으로는 홍삼패밀리처럼 될 수 있었을까?
초등학교 오학년때의 일이다.
그 시절 학교 안에서는 서로 친한 그룹끼리만 수첩을 돌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런 그룹 중에서도 홍삼패밀리가 가장 잘 나갔다. 그들도 처음에는 다른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홍삼 캐릭터 위에 멤버 개개인의 특색을 담은 머리스타일, 옷, 악세사리를 그려 독특한 홍함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캐릭터들은 ... 누구든지 보면 귀여움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지금 카카오의 라이언, 춘식이 캐릭터에 환호하는 것 처럼, 10년 전 우리 학교에서는 홍삼 패밀리의 홍삼 캐릭터가 있었다.
아쉽게도 그 시절 홍삼 캐릭터 사진이 내게 없지만, 당시 그 캐릭터는 매우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홍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짝꿍이 따라하다 금세 소문이 났다. 그 특별한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원작자의 감성이 필요했고, 홍삼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안에 비밀 코드가 생겼다. 이렇게 그림 그리는 비밀 코드를 공유하면서 "홍삼패밀리"라는 내부 조직은 커져갔다.
홍삼패밀리. 홍삼을 그리는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그 이상의 의미였다. 홍삼 캐릭터는 엄마, 아빠, 아이, 할아버지, 이웃 등 다양하게 변형되었고, 그들은 그 캐릭터가 가진 정체성 대로 다양한 역할극을 연출하며 클럽의 역할분담을 했다. 이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홍삼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생긴 팬덤의 창출은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홍삼패밀리를 예찬하는 나는, 당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아쉽게도 홍삼패밀리는 내 입회를 거절했다. 그들의 입회 조건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이성의 이름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둘러대도 친구같은 녀석들의 이름을 댈 수 없었다. 다만 그 날, 나는 "내가 더 재밌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운좋게도 그 다짐을 한 바로 다음 교시가 학교의 컴퓨터 시간이었다. 학교 이름으로 네이버 카페를 개설했다. 바로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가입을 했고, 그리고 삼일 동안 회원수 열명을 모았다. 인기투표를 올려두면, 이 결과를 보러 최소한 하루에 서너번씩도 들어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이슈성을 통해 멤버들이 들어오게 자극을 했고, 대략 2주동안 우리 카페에 글이 200개가 쌓였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에 오면 홍삼패밀리 이야기가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우리의 네이버 카페에 글이 더 올라오는 것만으로, 우리의 핵심 지표를 두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판단했다.
그래서 홍삼패밀리와 나와의 차이를 고민했다. 홍삼패밀리에서는 유저들이 왜 활동을 할까 고민을 해보았다. 그건 그들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고, 그 공동체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는 것에 달려있었다. 홍삼패밀리 멤버들은 단순히 그 캐릭터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했다. 홍삼패밀리에서는 같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각자 역할을 나눠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그들 끼리 이야기를 생성하고 스스로를 그 공동체 안 정체성으로 개입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유저의 일상 속에도 더 깊이 개입하게 하는 게 나의 다음 목표였다. 그들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경험한 경험이 긍정적일 수록, 이는 사람의 오프라인 속에도 그들이 커뮤니티를 자발적으로 알리게 할 것이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창작의 어려움이 있다. 홍삼패밀리 팬덤이 가진 가치는 이를 해소하는 데 있다고 봤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콘텐츠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수는 없었다. 돌연 만든다고, 이를 소비하기 위해 큰 홍삼패밀리는 달리 캐릭터 자체로 진정성을 지닐 수도 없다. 이는 일등을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한편, 팬덤의 문화는 팬이 지닌 소속감뿐 아니라 그들이 같이 소비하는 콘텐츠를 더 성장시킨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그 가치가 주는 속성에 주목했다. 그래서 게시판을 키우는 재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미션은 유저들이 게시글을 더 진정성 있게 쓰는 것이었다.
글쓰기의 장벽 또한 낮췄다. 가장 쉬운 창작의 단계는 '줄글 게시판'에서 이뤄졌다. 출석체크하면서, 다른 이가 쓴 이야기에 한 줄 씩 꼬리를 물며 올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카페에서 멤버들에게 창작의 무게를 덜면서도 스스로가 더 많이 커뮤니티를 이용해 볼 수 있게 하도록 계속해서 노력했고, 리텐션으로 이어졌다.
"딸깍딸각구두" 카페가 성장하면서, 우리만의 팬들이 생겼다. 그래서 이런 팬들을 위한 특수 공간 또한 필요하다 보았다. 신입기수와 팬들을 한 공간에 같이 받아들일 수는 있었지만, 다른 클럽원과는 지금처럼 모든 게시글을 공개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 후부터 게시판은 등급제를 걸쳐 활동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등급별로 게시판을 추가로 만들어, 일정 등급 올라야 볼 수 있는 게시글들을 마련했다. 그리고 카페는 더 빨리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샌들방에 들어온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 그는 등급을 빨리 올리고자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등급을 올리기 위한 욕구가 카페의 성장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등급과 등업 조건은 사실 카페 초창기부터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 가치가 인정받은 건,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 이후 부터였다. 사용자들이 더 많이 모이고, 흥미로운 활동과 다양한 글이 카페에 쌓이면서 커뮤니티가 성장해감에 따라, 그 안에서 점차 더 큰 가치를 두는 사용자들이 생겼다.
한편, 당근마켓에는 등급제 대신, 매너온도와 뱃지가 있다.당근 마켓의 매너온도는 36.5부터 시작해 99도로 올라가게 된다. 판매자의 매너온도가 높으면 구매자들은 해당 판매자를 믿고 거래에 참여하게 되며, 판매자 역시 더 성실히 응답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형성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좋은 경험은 커뮤니티 전체의 분위기를 향상시키며, 활발한 활동을 유도한다. 당근마켓은 그 플랫폼 내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가치를 활용하여 매너 거래를 자발적으로 선순환시킨다.
요즘에 커뮤니티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소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순수한 열망 하나만으로 초등학교 시절 운영하던 카페의 기억이 난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팬덤을 이끄는 순간, 그들은 온오프라인 경계없이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페 연혁.
우리가 만든 숫자다.
세 달이 지나자
수첩 한권의 부피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2009.10.17 카페 개설
2009.10.20 멤버 10명
2009.10.20 게시글 20개 돌파
2009.10.21 방문수 50회 돌파
2009.10.24 방문수 200회 돌파
2009.11.01 게시글 200개 돌파
2009.11.01 방문수 600회 돌파
2009.11.21 방문수 1500회 돌파
2009.12.01 방문수 2000회 돌파
2010.01.09 게시글 1000개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