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y G 고전 칼럼 10> 기본의 네트워킹

-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1

by Tasty G

<Tasty G 고전 칼럼 10>


기본의 네트워킹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1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100세 노인이 자신의 생일날 요양원의 창문을 넘어 도망침으로써 시작된다. 노인이 무심히 던진 몇 마디의 대사를 공유해본다. “엄마가 말했다. 말만 앞서서는 안 된다고. 사람은 처음과 끝이 다르게 마련이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


흔한 말들이지만 100년을 산 노인이 전하니 무게가 달랐다. 같은 말이라도 발화자에 따라서 그 무게는 달라진다. <어린 왕자>도 발화자가 어린이였기에 고전이 될 수 있었다. 한없이 가볍고 간결한 어린 왕자의 말은 어른들의 가슴에 무겁고 복잡하게 박힌다.


‘문화자본(피에르 부르디외)’을 넘어 ‘매력자본’이 힘을 발휘한 지 오래다. 매력자본이란 매력이 곧 돈이 된다는 의미로 몸매, 키, 얼굴 등의 하드웨어와 옷차림, 매너, 자동차 등의 소프트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어린 왕자가 살던 B612를 발견한 터키의 한 천문학자는 1909년에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증명했다. 하지만 남루한 옷차림으로 인해 학자의 증명은 외면받았다.


이 천문학자는 1920년에 근사한 옷차림으로 다시 ‘국제 천문학회’에서 같은 증명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모두 학자의 말을 믿었다. 매력도 좋으나, 매력이 진실을 가릴 수 있음을 <어린 왕자>에서 배울 수 있다.

첫 번 째 별에 사는 왕.jpg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인 B612를 떠나 여행에 나선다. 어린 왕자가 처음 당도한 별에는 자신의 권위가 존중받는 것을 중요시하는 왕이 살았다. 왕은 어린 왕자에게 명령했고 어린 왕자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자 기뻐했다.

다소 모자란 독재자와 같은 왕이다. 하지만 왕의 정치 철학은 훌륭하다. “사람에게는 각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켜야 하는 법이니라. 권위는 올바른 이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하느니라.”

세 번 째 별에 사는 술꾼.jpg

어린 왕자가 세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술꾼이 살았다. “뭘 하고 있어요? 술 마시지. 왜 마셔요? 잊기 위해서지. 잊다니 뭘 잊는다는 거죠?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지.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요?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게 부끄러워!


셰프들의 연예인화, 자극적인 맛집 소개 영상, 쯔양과 같은 극한의 먹방 등이 사람들을 어린 왕자 속 술꾼으로 만들고 있다. 몸무게가 늘어나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다시 음식을 찾는 악순환의 원인을 당사자의 인내심 부족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여섯 번 째 별에 사는 지리학자.jpg

어린 왕자가 여섯 번째로 찾은 별에는 지리학자가 살았다. 지리학자는 말했다. “도시와 강과 산, 바다와 사막을 세러 다니는 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니야.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니까 한가로이 돌아다니지 않아. 책상을 떠나서는 안 되지. 대신 책상에 앉아 탐험가들을 만나는 거야. 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서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거지.”


현장을 열정적으로 찾아다니며 온몸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들은 한가로운 사람이 아니라서 노트북이 올려진 책상을 떠나지 않고, 인터넷에게 묻고 보도자료라는 기억을 기록한다.


대학원생도 비슷하다. 논문을 써서 학위를 따려고 하기보다는 논문 대체 과정을 선호한다. 논문위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거론하기가 입 아플 정도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꾸준하게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고전이 기본에 충실해서다.


기본은 모든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 볼트, 타이어, 브레이크, 엔진, 핸들 등이 모여 자동차(블랙박스화, 브뤼노 라투르)로 네트워킹되었듯이 다양한 영역의 기본이 모여 사회라는 네크워킹(미쉘 라쿠르)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AI의 발전으로 인한 위협, 자본논리에 충실한 권력자들로 인한 전쟁과 기아와 같은 리바이어던(성경)을 물리칠 수 있다.


* 영감을 준 Ubermensch님과 pathos_formel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