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식량 인플레이션, 전쟁보다 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저번 시간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자산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자산배분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개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채권 시장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필요한 부동산 시장보다 우량기업 주식을 싸게 모으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때문에 제가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자산시장이 코로나 때처럼 단기간에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 전망합니다. 장기적으로 경제 침체가 이어질 수 있기에 어떤 상황에도 흑자를 낼 수 있고 주가하락도 버틸 수 있는 기업 투자를 추천드린 것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물가상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코로나 이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말합니다. 미 연준의 낮은 기준금리와 자산 매입 그리고 정부 지원금은 사람들의 과도한 소비를 유발했죠. 여기에 중국 등 아시아에서 공급망 차질이 생기면서 물가상승은 물론 몇몇 제품에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이는 곧 사람들에게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미래 소비를 앞당깁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이죠.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미국 인플레이션은 5% 내외로 높았는데 러시아의 침공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세계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와 에너지 강국 러시아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어요. 에너지 가격 상승은 모든 제품의 가격상승을 불러왔고 식량 가격 상승은 외식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부추깁니다. 세계화로 연결된 하나의 경제는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서며 자원을 무기로 쓰고 있습니다. 공급 불안으로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전년보다 8.6% 올라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FED는 무엇보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8년 만에 0.75% 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초저금리 이후 급격한 금리인상은 항상 경기침체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가계부채가 높고 식량, 에너지 모두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심각한 위기가 올까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죠.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인플레이션은 사라질까요?
저는 전쟁으로 최근 폭등했던 식량, 에너지 가격은 안정화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해소는 힘들다고 봅니다. 휴전과 공급망 관리 등은 인간이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에요. 바로, 지구 온난화 입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안정되야 물가상승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석연료는 충분하나 증산하기 힘들다
물가상승에 대해 말하다가 뜬금없이 지구 온난화를 언급해서 의아해 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어떤 정지척인 성향도 없으며 환경보호 운동가도 아닙니다. 다만, 현재 지구 온도 상승은 심각한 수준이며 그 부작용은 먼 미래가 아닌 우리 세대가 현재 겪고 있다는 것 입니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저명한 과학자 97%가 현재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 활동 중 화석연료를 연소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가리키고 있죠. 이산화탄소는 철강, 광물 채굴, 시멘트, 벌목 활동 등 인류 발전을 위한 산업 전반에서 발생합니다.
지구의 온도는 점점 가파르게 상승 중이며 2040년 이전에 산업화보다 1.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5℃를 넘어서면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춰도 자연적으로 상승한다고 해요. 지구의 온도에 비례하여 우리가 마실 물과 식량은 점점 줄어들고 폭염과 태풍 등 자연재해는 더 심해지죠. 6℃를 넘어서면 지구의 생물 대부분 멸종할 것이라 합니다. 이를 막기위해 2015년 전세계 국가들이 파리에 모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맺습니다. 정책과 더불어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늦추는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 중 입니다. 핵융합과 소형원자로, 재생에너지 에너지원 연구 그리고 탄소 포집과 재활용 기술들이 여기에 속하죠. 현재 인류는 지구의 온도를 멈출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이끄는 회사는 산업화를 주도한 석유회사들 입니다. 위 점수는 해당 회사가 얼만큼 많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를 말합니다. 주로 세계 2위 석유회사 BP를 비롯한 유럽 기업들이 가장 높지만 세계 1위 엑슨모빌도 이들을 따라가고 있어요. 새로운 석유 시추시설을 지으면 원금회수를 위해 30년이 걸립니다. 화석연료를 늘리며 여유를 즐길 시간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이 회사들이 먼저 알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셰일가스 발견 이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시추시설을 늘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셰일가스 시추는 기존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 더 큰 비난을 받습니다. 여기에 무리한 시추시설 증가는 적자 위험을 키우고 친환경 에너지 경쟁력은 줄어 경제성도 없습니다. 아무리 현재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해도, 바이든 지지율이 추락해도 석유를 증산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탄소 중립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법제화 및 실행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기업들의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RE100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애플의 경우 본사와 데이터 센터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요. 2030년까진 협력사(TSMC, 삼성디스플레이, 폭스콘 등)를 비롯한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더 이상 지구온난화 주범이 화석연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수출길이 막혀 도태되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기업들이 환경보다 경쟁력을 위해 RE100 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높은 품질과 낮은 단가로만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의 사업방식이 바뀐 것이죠. 예를들어 삼성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좋은 디스플레이를 낮은 단가에 제안해도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애플에 공급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에게도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기존의 재무제표로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에서 탄소 배출량이 우선하는거죠.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는 탄소중립을 무시하는 기업에게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S&P 500 추종 ETF에 탄소배출 기업이 빠질 수 있는 것 입니다. 이 운용사들은 전세계 기업들의 ESG 데이터를 쌓고 있어 손쉽게 이러한 ETF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 개인 투자자 또한 모닝스타의 sustainalytics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여 투자한 기업의 ESG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풍족함과 폭발적인 성장은 힘들다
지난 100년 간 인류는 값 싼 에너지와 세계화로 그 어느 시기보다 풍족한 생활을 누렸습니다. 현 인플레이션 시대 이후 사람들이 지구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산업에서 탄소 중립 달성은 관성을 바꾸는 일이라 생산량 감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하죠. 기후위기로 식량 생산량까지 줄면 세계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어 감소추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과거 성장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 봅니다. 우리의 생활부터 과한 편의보다 절제가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 예상하며 투자에도 이를 참고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진 않습니다. 매우 어렵지만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기술이 세계적으로 연구 중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요. 핵융합 기술은 기존 핵분열 방식인 원자력과 달리 방사성 물질을 남기지 않습니다. 에너지원도 희소한 우라늄이 아닌 수소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성도 압도적으로 높죠. 영화 아이언맨 나온 아크원자로가 핵융합 기술을 이용한 설정입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여 발전소를 만들면 인프라 건설 이후 운영에서 탄소배출은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성한 에너지를 탄소 포집에 활용하면 RE100을 넘어 이전에 배출한 탄소까지 줄일 수 있어요.
핵융합 기술은 우리나라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 간 유지하는데 성공했어요. 이러한 재생에너지 기술력은 우리나라 에너지 경쟁력을 넘어 산업 전반에 경쟁력을 끌어올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RE100 때문에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성하면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이미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우리나라 핵심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최우선하고 있죠. 반대로 재생에너지 주도권을 가진 국가는 자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유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즉, 수출 경쟁력과 내수 시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봐요.
이번 글은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언급된 기술이나 개념들은 자세히 설명하면 이번 주제를 벗어날까봐 참조만 달았습니다. 핵융합과 탄소 포집 등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추후 업로드 할게요.
다음은 기후변화가 불러온 식량위기에 대해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