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학교는 없어지고 교실도 없어지더라도. 우리는 지식이 ‘축적’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굉장히 노력하는 지식인들에게는 그렇다. 이전 세대의 과업을 매우 열심히 익히고, 그것으로 새로운 지식을 구성해내는 사람들. 과학자들은 분명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거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자신의 가르침을 인도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교사가 그 역할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교사라는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움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정정해야 할 것 같다.
가르치고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학습자로부터 피드백을 얻는 것이다. 많은 경우, 학습자가 피드백을 받아서 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피드백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이제는 개별화 학습이 주목 받고 있다. 그리고 개별화 학습의 형태 중 하나는 칸 아카데미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자기 속도에 맞춰 학습하는 것.
교실 상황에서는 아주 개별화된 학습 활동은 가능하다. 교사가 같은 학습지를 나눠주더라도, 학생들의 속도와 성취는 다르다. 그리고 교사는 개별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다.) 학생 중 적극적으로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으려는 학생은 성장한다.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을 보라,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더라도 학교 생활이 즐겁다. 교사가 노력을 하더라도, 일단 수업 시간 내 모든 학생에게 거의 같은 정도의 관심을 주기는 어렵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에 대해서 더 잘 알면 알수록 적시에, 필요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늘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일단 수업은 교사가 질문을 시작하거나 대화를 시작하고, 다수가 반응하는 형태가 되기 쉽다. 학생 간 대화도 가능하지만, 이 또한 교사가 구상한 수업 형태 중 하나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의 학습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교사의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의 피드백이 좋으면, 교사는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수업에 대해 학생으로 피드백을 받고, 동시에 학습한 내용에 대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나는 다시 ‘러닝 로그’learning log를 생각하고 있다. Wikipedia의 정의를 보면,
Learning Logs are a personalized learning resource for children. In the learning logs, the children record their responses to learning challenges set by their teachers. Each log is a unique record of the child's thinking and learning. The logs are usually a visually oriented development of earlier established models of learning journals, which can become an integral part of the teaching and learning program and have had a major impact on their drive to develop a more independent learner.
러닝 로그는 아이들을 위한 개별화된 학습 자원이다. 러닝 로그에서, 아이들은 교사가 설정한 학습 과자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기록한다. 각 로그는 아이의 생각과 학습에 대한 하나의 고유한 기록이다. 로그는 대개 이전에 만들어진 학습 저널을 시각-지향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로그는 교수와 학습 프로그램에서 매우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고, 학생들을 좀 더 독립적인 학습자로 만들려는 그들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간단히 말하면, 학습한 것에 대해 학생이 배우고 생각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기록을 통해 학생은 좀 더 독립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 Learning log라고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형태의 ‘서식’을 볼 수 있다.
2학기에는 ‘러닝 로그’를 활용해서 수행평가를 하고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 여름방학 보충 수업 기간에 내가 만든 러닝 로그 서식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위 이미지는 내가 만든 학습지다. 이름과 날짜 쓰는 란을 제외하면 결국 질문 네 개만 남는다.
내가 오늘 배운 것
그중 잘 알고 있던 부분
헷갈리는 부분/ 더 알고 싶은 부분
그 외 생각한 점
필요한 질문은 들어간 것 같은데, 4번 ‘그 외 생각한 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사실 몇 해전부터 범교과적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책 공부가 되는 글쓰기(윌리엄 진서, 유유) 때문이다. 원제는 Writing to Learn인데, 저자 윌리엄 진서가 영어로 쓴 좋은 글을 책 속에 추려 넣었기 때문에 원서로 읽는 것이 훨씬 좋다. 아무튼, 저 책에서는 수학 시간에 수업을 마칠 때쯤 그날 배운 것에 대해 학생들이 글을 쓰도록 지도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에 대해서 가능하다면, 영어에 대해서도 당연히 가능하지 않을까.
7년 전쯤에 외고에서 근무할 때, 러닝 로그를 수업에 활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과는 형태가 다르다. 그때는 좀 머뭇거렸고 많이 주저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지도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테스트 삼아 보충 수업 온 학생들에게 써보라고 했는데, 대개 너무 짧게 써서 ‘글’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나의 수업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학생 개개인이 겪는 어려움이나, 느끼는 재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2학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