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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츠루 Oct 18. 2021

식물에 기대어 울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산문

이승희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다. 마치 명상과도 같은데,  속의 글을 바라보는  눈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한다. 그리고 미간 사이의 긴장은 최소로 유지한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산문이라 그런가 문장 하나하나가 운문 같아서, 시인은 잡아내어 “어이, 시인양반, 시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이요?” 묻고 싶어 진다.


시인은 슬픔이 많고, 끝끝내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 나무와 꽃을 심었고, 비 오는 날에는 화분들도 꺼내놓고 감히 식물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잘 알아듣기 힘든 말이 있으나, 아는 듯 모르는 듯 모르는 듯 아는 듯, 그냥 읽어나갈 수 있어 좋다.


한숨 쉬는 시인에게서 나는 ‘아득바득’을 벗어나는 힘이랄까 의지를 배운다. 세상 초연하게 바라보면서도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싸움을 보면서 나도 나를 다그치는 일을 좀 주저해야 하는데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들 잠들고, 모두들 잠들려고 애쓰는 밤에 읽기 좋다. 이 책은.



근데, 벌써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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