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어 기초학력 미달반 수업이 끝났다. 꾸준히 출석한 학생도 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진 학생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빠지는 학생이 있으니 그런 지속성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다수 대 1의 구도를 벗어나서 학생들과 앉아서 이야기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수업에서 반드시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다.
학습 태도에는 너그럽게 반응하기
대화의 방식으로만 수업하기
방과후 8교시에 하는 수업이라 학생들은 휴대폰을 가지고 수업에 온다. 수업 중 휴대폰 절대 하지 말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많으면 7명, 적으면 3명 정도의 학생과 수업을 했지만, 그중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는 학생은 두 세명 정도였다. 시험에 반드시 나오는 진도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어떤 학력에 도달하는 게 수업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그저 영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며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시간이 되어야 했다.
나도 마음을 더 편하게 먹고, 학생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했다. 강의식 수업에서야 강의하는 중에 다른 짓을 하고, 친구와 이야기한다면 강의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강의식이 아닌 수업이라 학생이 다른 짓을 하면, 대화로 끌어들이면 되었다.
수업시간에 약간 늦어도, 자주 시계를 쳐다봐도 나는 못 본 척 했다. 기대 수준을 낮춘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성공경험,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매일 수업에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업에 빠진 것을 미안해했고, 나는 그 일로 다시 이야기하지 않았다.
보통의 수업에서는 대개 질문은 그저 수사일 뿐일 때도 많다. 선생님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학생들이 답을 하지 않으면, 질문한 교사가 답을 말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그럴 때가 있다. 학생들에게 교사는 그 교과에 있어서 권위자이다. 시험 범위를 정하고,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도 한다. 그러니 교사의 말이 정답이라 믿고, 교사가 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답을 써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정답을 말하는 게 아니라면, 대답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학급에서는 반장이 대답의 책임도 많이 가져간다.
교사의 발문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교사가 마주하고 있는 위치도 중요하지 않은 가 생각했다. 학생수가 얼마가 되어야 적정한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한다면 답을 하기 쉽지 않을까. 앞을 보고 이야기하면 뒷통수가 따갑다. 내가 말한 답이 틀리기라도 하면 부끄럽다. 그러니 서로 바라보고, 서로 감싸 안아주는 교실 형태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학력미달반 수업을 하면서는 자주 둥글게 둘러 앉았다. 그러지 못할 때에도 나와 학생들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하고, 학생들로부터 충분히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대화로 이어졌다. 가끔 그 대화가 마라탕으로 빠질 때도 있고, 꿔바로우로 빠질 때도 있었지만, 소외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말하면 서로 들릴 거리에 있었다.
서로 둘러 앉아서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능력은 한없이 부족해서, 시험 대형으로 앉아 있는 교실에서 강의식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가 활발한 수업을 만들기가 너무나 어렵다. 학생 개인에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러닝 로그(Learning log)를 거의 매 시간 받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더 가까이 앉아서 수업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