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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츠루 Dec 10. 2020

관계의 영재들



학교에는  반에 한 명 정도 관계의 영재들(이하 영재) 있다. 어쩜 천재 인지도 모른다. 학급이 안정되어 있다면  학생의 역할도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글을 읽고 나면 ‘관계의 영재 발견할  있을지 모른다.
영재는 혼자 다녀도 외로워하지 않는다. (물론 혼자 다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선생님에게 혼자  찾아와서 하고 싶은 말도 잘한다. 다른 친구들이 없어도 해야  일은  챙기는 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도 편안한 표정이다.

 같이 다니는 학생이 바뀌는 편이다. 이건 영재가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학생들이 원해서 그렇다.  학급의 혹은  학년의 여러 학생들이 영재와 같이 있기를 바란다. 영재에게 ‘같이 가자’, ‘같이 하자 한다. 학교 안에서 ‘같이  있는 일은 많다. 화장실 가기, 음악실 가기, 체육관 가기, 쉬는 시간에 같이 돌아다니기. 담임선생님에게 같이 가기, 질문하러 교무실 같이 가기. 같이 하기 중에 제일 중요한  ‘ 같이 먹기. 적어도 내가 근무하는 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밥을 같이 먹는 친구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밥을 같이 먹는 친구가 가장 가까운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영재는 자기 과제는  못해도, 자기  일이  바빠도 다른 학생들이 가자는 데라면 따라간다.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다. 조바심 내는 때가 없다.

성적으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다.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

영재는 싸우는 경우가 없다. 영재가 끼어들면 친구들 사이의 다툼이 중재된다. 친구들은 고민이 있으면 영재에게 온다. 영재는 들어주고  들어준다. 들은 고민이나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영재는 바쁘다. 고민을 들어주면서도 귀찮아하는 기색 따위는 없다.

학년도가 끝날 때쯤 학생들을 만나서 한번 물어보자. 누구랑 제일 친하게 지냈니?   불편한 친구는 없었니? 영재는 ‘제일 친한 친구 꼽기를 어려워한다. 모두 다 너무 친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친구 따위는 없다. 영재는 혼자 밥을 먹거나, 같이  먹을 친구를 챙기기도 한다.

교실 안의 우정이 모두 모여드는 허브가 있다면, 혼자 고립된  같은 학생도 있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고립을 견디지 못하거나 관계에 허기를 느끼면 문제가 된다. 학급에 영재가 있다면 영재에게 슬쩍 부탁해보면 좋다.  같이 가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누군가 ‘  먹었어? 오늘 맛있는  나왔으니까 얼른 먹으러가.’ 라며 챙겨주기만 해도 된다. 우리는 자주 ‘우리는 챙겨주는 에도 감동하고  말에 기대게 된다.

나는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이 교실 안에서 제법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이 대부분 ‘학업능력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다양한 지능 혹은 재능  단연 돋보이는 것은 ‘대인관계 지능’이다. 그런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기도 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마치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과 안녕을 주러  천사처럼,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기대하게 된다.

모든 학생이 전교 1등이   없는 것처럼, 모든 학생이 ‘관계에 있어서의 영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 덕분에 교실이 따뜻해진다고 생각한다. 성인들 가운데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물론 만나는 학생들의 수에 비해 성인들의 수가 적어서 그런 영재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 일단 나는 아닌  같고) 그래도 만나면 반갑다. 그리고 그들의 지능에 감사하게 된다. 대학입시나 내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자신들의 지능으로 세상을 밝혀 왔으니 말이다.

 관계의 영재들만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가? 내가 아프거나 힘들 , 슬그머니  뒤에 따라와 주는 사람.  사람이 소중하다. 오늘  학생이 감기몸살이 심해져 수업 중에 가방을 싸서 조퇴를 했다.  학생은 공부하는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가방을 싸서 스르륵 교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반장에게 ‘반장, 누구누구 조퇴하니까 수업 들어오는 선생님들에게 그렇게 말해’라고 일러둔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학생이 복도로 나가 조퇴하는 학생의 안부를 살핀다. 조퇴한  학생은 병원에  진료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서 먹고, 자기  침대에 누워 생각하겠지.  영재를.

영재들이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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