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10
제가 대학교에서 놀란 점은, 부모 세대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표출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세대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세대가 한국의 많은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였죠. 굉장히 강한 어조로 쏟아내는 것을 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저의 부모 세대는 사회의 격동기에서 많은 성취를 만들었고, 경제적인 성장도 이뤄낸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무조건 받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덕을 본 것을 잘 생각할 필요는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자식세대에게 남겨준 최고의 유산’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Sean: 우리 세대한테 아빠 세대가 준 유산이나 선물은 뭐가 있어요?
Tony: 그건 확실해. 선진국을 물려준 것. 선진국에서 태어난 세대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선진국을 희망하며 살았던 세대한테는 정말 어려운 일이야.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좋은 것은 밖에 나가도 무시 당하지 않고, 생필품이나 먹고 사는 걱정은 덜 하잖아. 물론 실존에 대한 걱정은 하지만..
그리고 문화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 요즘 한국 문화가 잘 되지만, 예전에는 미국 문화를 일본이 수입하고 그걸 다시 수입했잖아. 유럽과 중국의 문화를 수입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체적으로 작품과 플랫폼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시대가 되었지.
나 젊었을 때 엄마랑 미국 해안을 여행하면서 항구를 보는데 너무 부럽더라고. 모든 항구가 깔끔하고 잘 살아. 그 동네의 사람들은 사는 곳이 어촌일 뿐이지 선진국 사람인게 보여. 근데 그 당시 우리나라의 어촌은 힘들게 일하고 거친 느낌이었거든. 그걸 보니까 되게 슬픈 느낌이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사는데 자원이 없고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힘든게 억울했지. 그런데 이제 여행하면 우리나라 어촌도 다 깔끔하고 예뻐. 그런 점에서 조금 더 괜찮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끔 해준 것은 있어. 물론 잘못한 것도 많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세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가난해서 무시당하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목도하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20세기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나라를 개선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가와 공동체보다 개인의 안녕이 중요해졌으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 세대와 부모님 세대의 오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차이나는 출발점에 비해 적은 것 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