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도서관에 자주 오는 편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좋고 노트북 환경도 잘 돼있다.
사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뭐든 할 수 있지만 뭘 하려고 하면 집안 살림에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진다.
안 보면 속 편하다고 도서관에 오면 살림 걱정은 잠시 잊을 수 있다.
평일 낮 시간 도서관 주 이용객은 책이나 신문 등을 보시러 오는 동네 어르신들이나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 그리고 집에서 뭐가 잘 안 되는 나 같은 주민들이다.
그런데 방학 시즌이 도래하고 부쩍 초등학생 친구들이 많아졌다.
책을 보러 도서관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해 온다.
보통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은 엄마 감시하에 문제집을 푼다. 엄마가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맡아두고 엄마는 주변에 앉아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앉은자리에는 참 많은 문제집들이 놓여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엄마가 학습지를 변경해준다.
아마도 시간대별로 해야 할 것들이 정해진 모양이다. 어제오늘 마주친 한 여자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도서관에 있다. 물론 엄마랑 같이....
날이 많이 춥지 않은 겨울이다.
세상은 참 무궁무진한데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내 딴에는 참 안쓰럽다.
아이의 일과과 공부라니....
누군가는 속 모르는 철없는 소리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맞다. 우리나라 교육 시장은 엄청나게 치열하다. 다들 이렇게 열을 올리고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는데 내 아이만 놀릴 수 없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히... 이야기해보고 싶다.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안 될까 하고....
30살이 훌쩍 넘어 세상을 마음껏 보고 싶다고 다니던 회사도 다 때려치우고 남편과 배낭을 들었다.
2년 동안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난 뭘 하고 산 걸까...? 난 얼마나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살았던 건가...?
이렇게 다양한 삶과 사람이 있다니!!!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고 근사한 곳이었던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어쩌면 내가 살아갈 삶의 방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 아직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에게 수학 문제집, 논술 학습지가 아닌 진짜 세상을 좀 더 많이 보여주면 안 될까...?
P.s 남편이 했을 법한 말이 생각난다. "너는 더 세상을 많이 보여주는 엄마가 되면 돼~"
그래 지금 이 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