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 Money : Dinero : Plata : geld : argent : i soldi ......
원 : Dollr : Euro : Quetzal : Pound : Peso : Rand : Sol : Dirham ...
"돈"을 부르는 말도 돈을 세는 단위도 참 다양하다.
돈의 단위, 불리는 이름이 이렇게 제각각 인 것처럼 각자에게 돈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돈이 최고다', '돈이 전부다'처럼 돈을 인생의 최상의 가치로 보는 물질 만능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돈"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돈, 누군가 아무 대가 없이 당신에게 돈을 준다면 싫어할 이가 있을까?
하물며 나는 돈을 좋아한다.
'세상의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맡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돈뭉치를 건넸다.
2,000 케찰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그런데 난 이 돈이 반갑지 않다.
남의 돈도 아니고 우리 돈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던 돈.
그런데 난 이 돈이 반갑지 않다.
여행 중에 '30만 원'이라는 액수는 3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난 이 돈이 반갑지 않다.
왜 난 이토록 이 돈이 반갑지 않은 것일까?
나는 남미대륙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있다.
그리고 남편이 나에게 건넨 돈뭉치는 중미 대륙에 위치한 과테말라의 돈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과테말라까지는 약 6,000km의 거리다.
혹자는 나에게 환전하면 되는 것을 뭐 유난이냐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과테말라 화폐는 환전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국경이 맞닿아 있는 멕시코나 니카라과라면 모를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 근처 환전소와 은행을 다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절망적이다. 내가 건네는 돈이 어느 나라 돈인 줄도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환전을 해줄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우리는 내일 산티아고를 떠나 캐나다를 거쳐 스코틀랜드로 간다.
그렇다. "돈"이 "돈"이 아니다.
내가 과테말라 돈 1억을 가지고 있다 한들 칠레, 캐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국경에서 환전상 아저씨와 한참 실랑이 끝에 좋은 환율로 바꾼 내 귀한 돈 30만 원.
100 케찰 20 장을 보고 있자니 참 허무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과테말라였다면 저 20장의 종이는 나에게 기쁨을 주었겠지만 지금은 가득한 근심만을 안겨준다.
'돈'이 뭐길래? 나는 돈이 생겼음에도 기쁠 수 없는 것일까?
미간에 주름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장장 8개월간의 중남미 여행을 마치고 내일이면 남미 대륙을 떠나는데 돈 때문에 이렇게 속상해하고 있지 말자고 말한다.
이 근심을 안겨준 장본인이 남편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30만 원의 돈이 아니고 내가 남편과 무사히 중남미 여행을 잘 마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2년간의 여행도 끝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
30만 원 때문에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칠뻔했다. 남미에서의 남은 소중한 하루를 뺏길뻔한 것이다.
'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고 물질적인 측면에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여야 한다.
내 삶의 가치나 정신적인 측면까지 넘보게 하면 안 된다. '돈'이란 녀석은 보통내기가 아니기에 스스로가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남편이 건넨 돈뭉치가 해이해졌던 돈과 나의 관계를 다잡어 준 것 같다.
고맙다고 해야겠지....? ㅎㅎㅎ
'돈' 나는 너를 참 좋아하지만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야. 미안!
P.s 다행히 우리의 2000 케찰은 우여곡절 끝에 30만 원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