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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부인 Jan 14. 2020

우리 그리고 까미노 - 생장, 시작에 도착하다.

잘할 수 있을까?

루르드에서 바욘을 거처 드디어 생장에 도착했다.

평상시 같으면 기차로 한 번에 올 수 있었을 텐데 기차 파업으로 조금 돌아온 느낌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었을까 버스는 우리를 생장 피에 드 포르에 내려주었다.

버스 탑승객의 대부분은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었고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빠르게 순례자 사무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여나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을까 서두르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도 질세라 다른 사람들을 따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기차역에서(기차를 타지 못했는데 기차역에 내려주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순례자 사무실까지는 약 10분 정도 거리지만 돌길에 오르막길이라 큰 배낭에 순례길에 메고 다닐 작은 가방까지 이고 지고 있는 우리에겐 꽤 힘든 구간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걸은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도착했다.

제일 먼저 순례자 여권을 구입하고(2유로) 첫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까지 구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 첫 번째는 Ruta de los Puertos de cize, 시세 언덕길로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이다. 두 번째는 Via Valcarlos, 발까를로스 루트로 자전거 순례자들이나 기상이 좋지 않은 시기에 도보 순례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다. 시세 언덕길 코스보다 편하지만 구간이 조금 더 길고 경치가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

5월이지만 생장의 날씨는 아직 스산하고 추웠다. 전날도 산 윗부분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피레네 산맥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우리 부부는 시세 언덕길 코스로 걷기로 했다.

첫 구간 안내를 받고 바로 알베르게 안내를 받았다.

이미 만실인 알베르게를 알려주고 자리가 남은 알베르게 몇 곳을 추천해주었다.

생장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찾아보았던 알베르게에 자리가 남아있어 서둘러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른 순례자들은 사무실에서 전 구간 알베르게 리스트와 마을 간 거리 등이 나와있는 자세한 안내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왜 우린 하나도 안 주셨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순례길을 걷는데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도착한 30번 알베르게에는 다행히 방이 남아있었다. 우리 뒤에 한 사람이 더 오고 나니 금세 만실이 되었다. 럭키!!

잠시 쉴 틈도 없이 바로 짐 정리에 들어갔다.

9개월 동안 메고 다녔던 킬리 배낭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보내고 작은 배낭을 메고 걷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장 피에 드 포르에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짐을 한 번에 보내주는 사설 업체가 있는데 순례자 사무실에서 세 건물 아래 위치한다. 기간은 제한이 없으며 요금은 가방 한 개당 70유로다.

짐까지 다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실감이 난다. 우리가 순례길에 오르다니...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참전을 앞둔 용사들처럼 결의를 다지며 외식을 감행한다. (핑계가 좋다.)

따듯한 음식에 한 잔의 와인이 곁들여지니 몸도 마음도 몽롱해진다.


생장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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