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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n 30. 2024

무기력함을 샤워하자

우울함도 씻어낼 수 있다면

한동안 기분이 우울했다.

어찌 보면 안정되고 행복한 일상이고

뒤집어보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다.


20대에 불타던 열정은 사라지고

어느덧 30대 중반을 지나는 나는

직장과 집을 오가며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지쳤나 보다.


비전보드엔 더 이상

적어 넣을 것이 없어 보인다.

생각할 의지라던가

동기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오랜만에 비가 오는 꿉꿉한 날씨

내가 좋아하는 바디워시를 잔뜩 묻혀

깨끗하게 샤워를 했다.


차를 한 잔 탔고,

좋아하는 노래를 작게 틀었다.

최근에 산 책을 옆에 두고

다이어리를 꺼냈다.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이

제법 생각나기 시작했다.

비전보드에 적어 넣을 것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무기력도 샤워해서 씻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소한 취향을 한데 모으는 노력이

어쩌면 작은 실마리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무기력함도 샤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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