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에서 온 편지
인도네시아어를 배운 지 8개월, 혼자 바탐으로 떠난 나는 그저 과제용 여행 영상을 제출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브이로그 부문 결승에 진출했다.
이 글은 초급 실력으로 떠난 여행과 그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성장 이야기다.
2025년 11월 30일 일요일 아침 8시 17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바탐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길이었다.
야간 비행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그날은 기말고사와 과제 영상 제출 마감일이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빨래를 돌리고
바탐에서 찍어둔 영상들을 한데 모아 브이로그로 만들었다.
피곤한 컨디션에 기말고사 공부까지..
시험을 보고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쓰러져 잠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삼 일이 지나도
제출한 과제물이 제대로 접수되었다는 답신이 오지 않았다.
'메일이 왜 안 오지..?
설마 내 수료증이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수료증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증서를 받으면 보람은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나흘째 되는 목요일,
내가 속한 2E반의 선생님 Alisya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결승 진출자 안내'였다.
"안녕하세요, BIPA 2 담당 강사입니다. 먼저 BIPA 작품을 성실히 제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출하신 영상이 vlog 부문 결승전에 진출하여, 오는 13일 대사관으로 초청드릴 예정입니다..."
기다리던 접수 확인 메일보다 훨씬 더 좋은 메일이었다.
수백 명의 학습자가 있었던 BIPA 9기. 그중에서 브이로그 부문 결승 진출자는 단 3명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내 이름이 있었다.
'내가...? 결승에...?!'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시작한 지 겨우 8개월.
지난 8개월 동안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 인도네시아어 실력을 검증하러 갔던 여행이었는데,
그 여행에서 찍은 영상으로 이런 결과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인도네시아어를 배운 지 약 8개월 된 나는 BIPA 2권을 이제 막 끝낸 수준의 초급 학습자였다. 지금까지 배운 단어들을 조합해 말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용기를 내어 혼자 인도네시아 바탐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보고 느낀 순간들을 영상으로 기록해 브이로그 과제로 제출했을 뿐이었다.
결승 진출 메일을 받고 약 2주 후,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결승 발표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날, 나는 브이로그 부문 1등 상을 받게 되었다. 완벽해서가 아니었다. 서툴지만 용기를 내어 시도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다.
이 공간에서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인도네시아의 '인'자도 몰랐던 내가 어떻게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게 되었는지,
8개월 만에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바탐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그 모든 것은 우연한 추천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