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나이 서른여덟

공허와 적막 사이

by 타자기

이제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결혼 12년 차. 아이 없는 부부. 그들은 멋대로 우리를 상상하며 판단한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만 바라보고 살기엔 내 용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요즘 내 주위에는 나와 같은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분명 딩크는 아닌데 아이는 낳지 않는 친구들. 그들도 그들의 사정이 있겠지.


우리의 사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시험관을 할 자신이 없다.


아이에게 집착하게 될 내가 눈에 선하다. 시험관까지 해서 낳은 아이에게 나는 얼마나 매달릴까. 나 자신이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다 나의 2세가.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그것도 나에겐 커다란 공포 중 하나다.


남편은 누구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내 건강 때문에 시험관을 하는 건 반대한다. 이 사실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


나도 사실은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까 봐 이제 너무 걱정이 된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아이가 없는 삶에 점점 익숙해진다. 조용하고 적막한 삶. 나만을 위한 시간을 잔뜩 가질 수 있는 삶. 그러나 행복하진 않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본다. 아이가 있다고 무조건 행복할까. 적어도 지금 불행하진 않으니 괜찮은 건가.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공허하다.

빈자리를 인정한다고 해서, 그 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나는 여전히 그 빈자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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