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욕망, 그리고 수익 구조를 바라보던 밤의 기록
20대 초반의 나는 클럽을 참 자주 다녔다. 한 번 가면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거의 8시간을 클럽에서 보냈다. 보통은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해 클럽에 방문하지만, 나의 경우는 꽤 달랐다. 나는 클럽 사장이 되고 싶었다.
스무 살 때 처음 가 본 클럽의 첫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돈이 창출되는 구조에 엄청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갔지만, 이후로는 혼자 다녔다. 나는 클럽에서 무엇을 했는가?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가장 높은 층계에 올라갔다. 그리고 8시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이 업장은 하루에 이 정도의 방문객이 오면 수익은 얼마일까?
주말과 주중의 수익 차이는 몇 배나 날까?
천장의 조명은 몇 개인가. 하나씩 세어보자.
이 정도의 인테리어와 장비를 세팅하려면 얼마가 들까?
왜 어떤 곳은 스테이지를 깊게 파고, 어떤 곳은 층계를 많이 만드는 구조일까. 각 구조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이 공간에서 일하는 직업군도 다양하다. 바텐더, 가드, 청소 용역, 운영 스태프, DJ 등이 있다. 운영 스태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바텐더가 판매하는 술의 유통 경로는 무엇일까? 주류 유통 업자는 어떤 방식으로 섭외했을까?
테이블은 하나당 최대 얼마까지 벌 수 있을까?
DJ는 일당을 지급받는 구조일까, 아니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걸까? 포트폴리오는 어떤 형식으로 제출해 고용되는 걸까?
시간대별로 DJ의 몸값은 어떻게 달라질까? DJ의 몸값을 결정하는 기준은 외모일까, 실력일까? 본인의 장비를 휴대하고 다니는 걸까? 오늘 근무한 DJ의 급여는 언제 입금될까?
보통 클럽은 여자 손님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를 한다. 이는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어떤 홍보 모델이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
이 주변 건물은 최소 100억 대다. 지하라 하더라도 월세가 상당하다. 본인 소유 건물이 아니라면 월세와 인건비, 유지비를 제외하고 업주는 한 달에 얼마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까?
건물주는 이런 종류의 업장 입점을 허용함으로써 어떤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게 될까?
클럽 옆의 편의점은 클럽 손님들로 인해 수익이 증가하는 환경이다. 만약 클럽이 폐점한다면 편의점에는 어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할까?
이 정도 방문객이 유지되는 업장을 다음 세입자에게 넘긴다면 권리금은 얼마일까? 이미 운영 중인 업장을 권리금을 주고 인수하는 것과, 비어 있는 지하 공간에 새로 세팅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이득일까?
10년 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하루에 약 8시간 동안 이런 생각을 하며 클럽을 다녔다.
클럽이 나에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것이다. 그 공간은 굉장히 순수해 보였다. 인간을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나는 이런 업장을 운영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고양되었다. 음악, 술, 이성이 함께 모인 장소로서 고차원적인 계산이 개입되지 않는, 매우 원초적인 공간이라는 인상이었다. 그곳에서는 외모나 나이로 계급이 형성되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 비하면, 지극히 1차원적이고 솔직한 기준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상대음감을 가지고 있어 음악을 들으며 음을 분석하곤 했다. 들리는 음을 기록하고 싶을 때면 손가락으로 가상의 피아노를 쳤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일 수 있기에, 주머니 안에서 조용히 음을 재구성하며 쳤다.
내가 신기하다고 느낀 점은, 내가 이성애자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는 사실이었다. 왜일까? 미를 추구하는 본능일까, 아니면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동물적 경쟁심일까. 이런 주제들을 화두로 두고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업주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번식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교류하고 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풍경은 없었다.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 보는 남녀가 젊음을 즐기는 모습을 관찰하며 즐거워했다. 직접 구애 활동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호르몬 작용으로 남녀가 서로를 갈구하는 장면은 라이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해 무척 흥미로웠다.
20대 초반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이 영장류처럼 행동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리 고성능의 뇌와 손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들, 결국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두머리, 사냥, 정착, 이동, 번식, 죽음이라는 개념이 그대로 적용된다.
부모님은 내가 밤을 새우고 돌아오면 걱정하셨다. 그러나 나는 음악 감상과 업장 구경을 하러 다니는 것이라 굉장히 당당했고, 매번 행선지를 자세히 알렸다. 더불어 클럽에서 인증샷을 찍어 ‘난 잘 있고 안전함. 아침에 집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보고를 하곤 했다.
누군가는 클럽을 문란한 공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클럽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공간이었다. 언젠가는 서울의 번화가에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운영하는 업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