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거울

밥은 먹었냐는 말 한마디

by 청안

안녕하세요. 등대지기님. 더운 여름날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제 이름을 듣는 것조차 이젠 굉장히 부담스러워지셨으리라 예상합니다. 제가 떠나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나갔네요. 제가 임금 체불 사건을 수면에 드러내어 끝까지 가는 걸 두 눈으로 보셨지요. 저를 바라보던 눈빛이 생각납니다. 한때는 제 어깨에 빛을 비추듯 말씀하시던 분이, 굳게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 잉크 묻은 펜촉만이 날카롭게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작은 개미 한 마리를 위해 둑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겠지요. 그래도 다른 개미들은, 뒤에서 조용히 제 끼니를 챙겨주었습니다. 저는 그 행동을, 당신께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고되었던 생활에서 누구를 의지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요, 감사합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당신의 침묵은 제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저는 절망 속에서도 당신이 앉아 있던 방향으로 몸을 낮춰 절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저를 짓눌렀던 무게가 결국 저를 일으켜 세운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저는요, 매일 당신을 이해해 보려 노력합니다. 생계가 달려있는 입장에서 누굴 챙겼겠어요. 병에 걸린 부모를 모셔야 하는 당신 눈에는 제가 그저 치워야 하는 짐 덩어리였을 겁니다. 근데 임금 체불을 정당화하던 고용주보다 더 나쁜 사람은, 방관자이자 제 입을 막으려고 노력하셨던 당신이십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제 이익에 반하는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이렇게 말할 겁니다. '밥은 먹었냐,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일단 밥은 먹자'고요.


저는 괴물이 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애쓸 겁니다. 잘못된 건 변화시키려 노력하며 같은 상황을 겪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게, 제 시간을 바칠 거예요. 설령 평생 단 한 사람밖에 도와줄 수 없었다 해도, 괜찮습니다. 쓰레기가 아닌 채 제 자신에게 떳떳하게 죽고 싶습니다. 당신은 부디, 그 소중한 자리를 두 손 모아 꼭 쥐고 계세요. 그건 사실 굳은 쓰레기가 뭉쳐진, 돌멩이만 한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보석이라 칭한다면 보석이겠지요. 편지를 올리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네요. 당신이 보석이라 칭한 그 덩어리를 보세요. 빛이 나나요? 당신이 들고 있는 그 덩어리는, 깜깜한 하늘 아래 빛날 리가 없습니다.


한 번 가르침을 준 분은 영원한 선생! 저에게 끝까지 가르침을 주시는 당신을,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바라봅니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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