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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May 15. 2023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워크숍 후기!

1. 브런치스토리와 떠나는 글 소풍

도전! 구술 기반 디지털 생활사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하는 <2023년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국고공모사업 제1차 워크숍>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사무실은 마포 성우빌딩 3층과 7층에 자리하고 있다. 근데 지역 문화원을 배려한 느낌이랄까? 장소는 서울역 근처 회의실을 선택했다. 오후 1시 시작되는 워크숍, KTX 편으로 열심히 달렸지만 열차 도착시간이 있었고 중식시간이 겹쳤다. 잠시 요기하고 15분 정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문화원 관계자, 연합회 직원 모두 반갑게 맞아줬다. 워크숍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구술, 기록, 아카이빙… 뭔가 제대로 될 듯 워크숍 시작부터 컨설턴트 포스, 기선제압용 발언 등 내용이 빡시다. 한 사람 구술에 준비 서류가 구술일지를 포함 총 18가지다. 와우! 쥐 난다. 힘들어 보이긴 해도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과 지침의 체계적인 운영으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구술이란 생존자의 역사 기억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사람의 목소리로 기록하는 작업이다."라며 워크숍이 시작됐다. 문화원 소개에 이어 발표가 시작됐다. 구술, 아카이브 1세대 컨설턴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순서가 되자 동해문화원 사업을 요약 설명했다. 프레젠테이션 결과 장소성은 우수했으나 사업의 핵심 키워드인 ‘생업 및 경제활동’과 지역 내 확산 방안에 대한 준비와 노출이 부족했다. 주제에 대한 고민, 여행프로그램 도입과 다큐제작 등 성과활용, 기관, 단체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들과 상호 협업 개념의 업무 환경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잠시... 반성모드!


컨설턴트는 김선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정보 실장), 정혜경 대표(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참여한다. 지난해 좋은 평가로 칭찬이 자자한 ‘대덕문화원’과 '김포문화원' 등 2년 차 문화원과 금년 신규사업 기대주 ‘영주문화원’, ‘울주문화원’과 제일 악조건 '동해문화원' 등 전국 5개 문화원이 선정돼 1년간 구술 아카이브를 진행한다. 이날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는 김태현 팀장, 김지은, 강효빈 주임이 참여했다.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워크숍, 사진_ 조연섭

구술사연구는 1945년 종전 이후부터 연구방법으로서 출현하게 되었는데, 알리스터 톰슨(A.Thomson)에 따르면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시기는 세계대전 피해자의 구술증언을 바탕으로 하는 민중사(people's history)의 성격으로 나타났다. 둘째 시기에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실증주의를 거부하고 역사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대두되었다. 셋째 시기는 1990년대 이후를 가정하는데, 디지털기술 및 매체의 발전 덕분에 구술채록에 도움을 받아 나타난 양적 성장기이다.

국내 구술 동향

국내에는 2009년부터 한국구술사학회가 설립되어, 한국구술사네트워크 학술활동 및 자료집, 증언집, 총서 등을 발간하고 있다. 관련기관으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현대한국구술자료관), 국립국어원, 역사박물관, 예술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국가기록원, 국립여성사전시관, 국사편찬위원회, 전통문화연구소,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 등이 있으며, 주로 관변사업의 형태로 구술사연구의 대다수가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해서도 구술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윤택림(2015)은 국사편찬위원회 구술채록사업,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에 대해 정부가 의욕 있게 추진했기에 구술자료의 양적 팽창이 가능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고 활용하는 것보다는 채록과 수집 그 자체에만 더 골몰했다고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구술채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현황과 방법, 구술 · 구술자료 · 구술사>를 출간했으나, 현장에서는 채록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성(factuality)에 치중하며, 연대기적 구술을 요구하고, 주제에 관련된 것이 아니면 채록자가 말을 끊는 등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자료수집 보고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서 종종 매우 불성실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국내 구술사연구의 역사 및 동향은 최초의 구술채록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진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며, 연구의 일환이기보다는 사회정치적 운동으로서 운동가, 언론인, 재야 정치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인류학계에 의해 1990년대 들어 최초로 학문적인 도입이 이루어졌지만, 이조차도 민주화 운동의 맥락에서 일종의 '기억하기 운동'의 성격으로 접목된 것이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민중사학자들의 <한국민중구술열전> 등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상기했던 문헌-객관 & 구술-주관 프레임이 강하게 지배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2000년대 중엽 이후로는 구술자료가 대량 생산되고 <구술사연구> 학회지가 KCI에 등재되면서 인식이 전환되었다.


2010년대 들어 구술사연구는 일정한 지위를 차지했고, 담론적 투쟁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으나, 기존의 역사담론을 해체하지는 못하고 단지 보완하는 데 그쳤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국내 구술사연구의 주요 과제

채록된 원천자료를 바탕으로 간행물을 발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발간 후 원천자료 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탓에 유실(…)되거나 비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원천자료는 연구자 및 편집자의 가치가 개입되지 않았기에 공적자료와는 구분되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채록된 자료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추가적인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른의 사정이 끼어 있다는 설명도 있다.


지자체에서 지역문화, 지역사 관련하여 구술채록이 빈번해지는 것까지는 좋은데, 수집된 자료의 보존 및 활용은 지자체 담당자들이 나 몰라라 하는 실태가 있다. 특히 전화를 해 보면 민간연구소에 떠넘기는 사례가 많고, 민간연구소에서는 정부기관에 다시 떠넘겨서, 결과적으로 아무도 그 자료의 행적을 관리하지 않는 상황이 많다고 한다.


수집된 자료가 대부분 비공개로 돌려져 있다. 구술자료는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연구목적에 부합하는데, 담당공무원이 계속 바뀌다 보면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거나, 의욕이 없거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채록 성과물을 공유하기가 어렵고, 공유할 채널도 없고, 기관들 역시 연구를 전제로 하여 채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온라인에 공개하면 되지 않겠느냐 할 수도 있는데, 온라인이 오히려 책자형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고 더 장기사업의 형태인 경우가 많다.


많은 구술사연구들이 지나치게 정부기관에 의존하고 있어서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정부기관의 국책사업을 통해 구술사의 위상과 입지가 높아진 것은 부정하기 어려우나, 거꾸로 정치논리에서 연구용역이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예컨대, 민주화 구술자료의 대부분은 4.19 혁명 정도를 주제로 할 뿐이며, 오늘날 의견이 분분한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연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도 자꾸 구술사연구를 문헌사 연구처럼 논문을 쓴다. 다시 말해, 구술의 질적 수준이 높다 낮다를 이야기한다는 것인데, 이는 IDI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문제 이긴 하나 구술사연구에서는 마치 "연구자가 원하는 말이 많이 나온다 = 구술의 질이 좋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KCI 등재자격 유지를 위한 저널의 질적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는 해명도 나온 바 있다.


구술면담자는 개인 또는 팀별 구술대상자 외 사전 준비된 질문(20~40문항)을 바탕으로 구술을 진행한다. 구술 후 제출할 서식 목록은 구술자료 개요, 면담자 정보, 구술자 정보, 예비질문지, 면담일지, 구술자료 상세목록, 구술면담동의서 및 개인정보동의서, 구술자료 활용 공개동의서, 구술자료 검독 확인서, 구술자료 비공개 내역서, 예비 구술자 명단, 구술녹취문(원본), 동영상 자료, 음성자료, 시청각 자료, 문서 자료, 물건 자료, 구술 녹취문(수정본). 구술자료 소개 등 19개며 이 목록을 제출하고 컨설팅에서 통과되면 한 사람 구술을 마무리하게 된다.


구술은 답변을 있는 그대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장소성과 키워드가 말하는 명확한 구술을 발견하는 일은  질문을 정확하게 기획하고 작성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생업과 경제활동> 성장과정, 생업과정, 경제활동 과정, 변천사 등 연계 질문으로 장소적 배경인 묵호항의 변천사를 같이 담아야 한다.


동해문화원은 추가 선행조사와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사업계획을 수정할 계획이다. 분야는 확정된 산업시설 묵호항으로 하며 관련 <생업과 경제활동> 중심으로 1년간 약 25명의 인물을 대상으로 구술 조사와 영상 기록, 다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해문화원, 프레젠테이션 자료
참고문헌_ 나무위키 구술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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