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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May 16. 2023

곧 사라질 오월의 꽃!

2. 브런치스토리와 떠나는 글 소풍

곧 사라질 오월의 꽃
동해 전천 오월의 붓꽃, 사진_조연섭

오월의 노래오월의 기억들은 맑은 꽃의 색을 담은 향기로 전천을 덮었다. 전천은 오월의 꽃 향기를 찾아 나선 시민들로 북적인다. 가정의 달, 5월에 서니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한 한국 순수 서정시의 물길을 연 시인의 한 사람, 김영랑의 시 '오월'이 떠오른다.

오월의꽃 붉은 토끼풀, 사진_조연섭

김영랑_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도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숫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오월의 꽃 쇠채아재비, 사진_조연섭

김영랑은 한국 순수서정시의 물길을 연 시인중한 사람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린 섬세한 시적 영역을 개척한 공로자다. 이 시도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려 오월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노래한 우수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미술적, 시각적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오월의 풍경을 눈앞에 펼쳐 놓은 듯이 아름답게 그려놓고 있다.

 

들길과 마을 골목을 색채적으로 대비해 놓고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시각을 이동시키고 있다. 오월의 자연 모습을 과감하게 의인화함으로써 친근감을 가져오고 있다. 보리 이삭이 막 패어 나는 모습을 시골 처녀의 허리통으로 의인화함으로써 대지의 생명력을 박진감 있게 전달한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5월 산봉우리의 모습을 얇게 단장하고 아양을 부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의인화함으로써 5월의 생동감을 형상화하고 있다.

 

산봉우리 여인아 오늘 밤 넌 어디로 가버리련? 이 아름다운 5월이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살짝 아주 살짝만 내비치고 있다. 한국어는 정말 아름답다. 김영랑 시인이 있기 때문이다.


봄을 맞이하며 여름이 오는 전천의 아침들이다. 골목 곳곳은 붉고 푸른빛으로 넘실 넘실 바람을 맞으며 또 다른 계절 마중을 나선다. 곧 사라질 오월의 꽃과 바람의 완성은 계절 여름을 부른다.

전천 오월의 갈퀴나물, 사진_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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