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아카이브 동해
음악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며, 사람을 통해 완성된다. 15일, 동해의 음악을 잇는 사람들과 펼친 ‘2025년 동해뮤직페스타‘가성료됐다. 완벽한 무대에서 방송녹화로 진행된 이날 페스타는 회원을 위한 배려와 회원이 주인되는 음악의 본질에 가까운 특별한 하루였다. 그 중심에는 오랜 세월 지역에서 축적된 복제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과 회원들의 ‘윤리와 우정’이 있었다.
올해 페스타는 하루, 한 편의 드라마처럼 압축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공연을 진행하며 80여 명 전 회원 프로필 사진도 남겼다. 오늘 사진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담아내는 기록이다.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스쳐갔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 수많은 무대를 거치며 다져진 자신감, 그리고 여전히 꿈을 좇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그 한 장의 사진 속에는 그들의 음악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페스타의 진정한 무대는 오후에 펼쳐졌다. 오후 1시부터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 녹화 공연은 초청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회원 참여 자가 진단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음악이 가진 힘과 진정성이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2부 진행자로 참여하며 무대 위에서 사회적 예술을 펼쳐가는 회원들의 열정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2부 무대를 열었던 통기타가수 김성남, 양문흠과 소리꾼 인하정은 마치 눈앞에 수천 명의 청중이 존재하는 듯, 그들의 목소리는 무대를 가득 채웠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특별 출연한 색소포니스트 서정근은 절대음감을 자랑하며 고맙소, 조 카커의 ‘Unchain My Heart, 동백아가씨 등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레퍼토리 연주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1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 무대의 출연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것은,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최근 지부장으로 선출된 김종래 대표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 서로의 음악을 듣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듯, 이곳의 음악도 각자의 서사를 담아 흘러갔다.
계획에 없던 순서, 동해연예예술인협회 김 회장을 무대로 모셨다. 앞으로 계획을 여쭤봤다. “유럽의 문화정책이 주는 연결적 사고, 지속성을 반영할 예정이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로지 회원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고 그들의 꿈을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회장은 운영자의 의무감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철학과 소신이 담겨 있었다. 이곳은 화려한 기획이나 거대한 무대보다, 서로를 아끼고 음악을 나누는 마음이 더 중요했다.
객석은 회원만 모신 무대였지만, 음악은 공허하지 않았다. 영국 출신 밴드 스모키의 리더보 컬 크리스 노먼"과 미국의 여성 록커 "수 지 콰토르"가 듀엣으로 부른 곡 Stumblin'In을 불러준 청바지와 통기타의 듀엣가수, 멋진 성악, 30년이 넘는 언더그라운드 버스커의 목소리로 듣는 ‘옹이’, 소리의 대가 소리꾼 인하정 선생 등 신이 내린 듯한 목소리들의 열창, 멋진 편곡과 무대메너, 한 서린 비브라토를 선보인 색소포니스트 서정근 무대 등 오히려 더 짙은 의미를 남겼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울림은 오래도록 남았고, 무대를 함께했던 사람들은 다시 만나 같은 음악을 나눌 것을 약속했다.
2025 동해뮤직페스타는 하루뿐이었지만, 그 하루는 ‘우정과 의리’로 빚어진 음악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음악이 살아 숨 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무대였다.
포토리뷰_ 기록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