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직업상 책은 늘 발행해 왔지만 책을 주제로 축제를 기획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며 행사는 큰 사고 없이 끝났다. 평가는 참여자의 몫이디.
소박했지만 분주했던 행사장 현장 어달항 아침햇살정원을 조용히 혼자 방문했다.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바람이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당신은, 이번에도 배웠는가?”
2025년 어대노 북 페스타를 마치고 난 지금, 나는 물음 앞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기획자는 결국 ‘배우는 자’다. 실패도, 성공도, 오롯이 품어 다시 꿰매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성과보다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기로 했다.
첫째, ‘사람의 흐름’을 놓친 자리 배치
도심에서 한발 비켜난 어달항 아침햇살정원은 해변이 주는 탁 트인 감성과 책이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감성과 구조는 별개의 언어다.
이번 북 페스타에서 나는 참여 부스의 위치 배치에 있어 ‘동선’을 제대로 꿰지 못했다. 부스들이 한 방향으로 치우쳐 관람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지 못했고, 그 결과 일부 프로그램은 사람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 채 고요히 흘러가 버렸다. ‘책과 사람의 만남’을 설계하면서 ‘사람의 발걸음’을 잊었다는 사실이 무겁다. 공간은 곧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읽지 못하면, 사람은 쉽게 길을 잃는다.
둘째, 진행요원 교육의 허점
현장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 엄격한 경영이며, 디테일의 연속이다.
행사 당일, 나는 행사 전 교육도 없이 경험을 너무 믿었고 6명의 진행요원들에게 의지 했다. 그러나 사전 교육은 요식행위처럼 흘러갔고, 역할 분담은 명확하지 않았다. 어떤 요원은 관객 안내를 하면서도 프로그램 내용을 몰랐고, 어떤 이는 연출자 얼굴도 모르고 질문에 당황한 채 부스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나는, ‘이 행사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를 스스로 되물었다. 프로그램의 철학과 구성 의도, 현장 대응 방식까지, 기획자는 요원 한 명 한 명이 ‘작은 나’가 되어 움직이게끔 만들어야 했다. 사람을 통해 사람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셋째, 협력업체와의 ‘동행’이 아닌 ‘위임’
행사 성공은 관계의 밀도에 달려 있다.
이번 행사에 함께한 협력 업체들은 음향, 파라솔, 안전 등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들에게 우리의 ‘철학’과 ‘방향’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다. 마치고 마지막 환경정리 부탁해? 같은 흔한 메시지도 못 전하고... 전달한 것은 ‘업무’였고, 공유한 것은 ‘시간표’에 불과했다.
함께 만든다는 감각, 우리가 왜 이 축제를 여는지를 이해시킬 시간과 자리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협조 사항이 현장에서 빗나가거나, 행사 종료 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마지막 쓰레기 수거를 못한 지적이다. 관계자 모두의 작업이 ‘같은 호흡’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결국 기획자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끝나지 않은 페스타, 다시 길을 묻다
첫 어대노 북 페스타는 끝났지만, 기획자의 길은 이제부터다. 반성은 부끄러움을 수용하는 용기이며, 성장의 문턱이다. 부족함을 가리려 하지 않고, 드러내며 새길 때만 진짜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
나는 다시 묻는다.
“사람이 남는 축제를 만들었는가?”
그리고 스스로 대답한다.
“아직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다가올 페스타는, 더 낮은 눈높이로 더 오래 걷고, 더 깊이 듣는 사람이 되어 마주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다시, 사람 냄새나는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행사 포토리뷰, 사진_ 공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