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노트_맨발걷기
올해 처음 파일럿으로 개최한 '2025 행복한섬 맨발걷기 페스타'가 끝났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예비 맨발러들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는 시간으로 살아오셨다면 이제는 인생을 바꾸는 시간에 투자해달라고 했다. 일생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과, 인생을 바꾸는 시간이다. 우리는 대개 앞의 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일터에서, 사회에서,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바쁘게 달려온다. 그러나 인생 어느 지점에 이르면 문득 깨닫는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결코 쉽지 않듯, 정작 나 자신을 바꾸는 일 또한 소홀히 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2년 전부터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기한 관심으로 이어진 습관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것은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나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인생의 연습’이 되었다. 추암해변의 새벽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일은 땅의 숨결을 직접 느끼며 몸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 인간이 본래 자연의 일부였음을 자각한다. 흙과 모래, 바람과 물결이 발바닥을 통과해 몸으로 전해질 때, 우리는 생명의 리듬 속으로 돌아간다.
해변 맨발 걷기는 생명의 과학이다. 접지(Earthing)는 전자파와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고 인체의 전하를 대지와 교환하면서 면역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발로 걷는 순간, 우리는 ‘속도’ 대신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게 된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발끝의 감각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맨발 걷기는 철학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고 빠르다. 그러나 인생을 바꾸는 발걸음은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아간다. 맨발로 걷는 동안 나는 나의 인생을 관조한다. 흙 위에서 느끼는 통증조차 감사하게 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세월이 남긴 흔적이며, 앞으로의 길을 견디게 할 힘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 지난 시간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투신한 세월이었다. 문화 현장에서, 지역의 공공예술과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 남은 인생은 ‘인생을 바꾸는 시간’에 투자하고자 한다. 맨발 걷기가 바로 그 첫걸음이었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이제는 인생을 바꾸는 시간에 투자하라.”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세속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건강을 회복하고, 마음을 되찾으며, 삶의 의미를 다시 쓴다. 가을의 끝자락, 차가운 모래 위에서 나는 오늘도 한 걸음씩, 인생을 바꾸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