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해변에서 배운 ‘겨울 맨발 걷기’ 기술

171. 맨발걷기

by 조연섭

12월 21일 휴일, 맨발 걷기 728일 차 추암해변이다. 겨울 바다는 맨발에게 가장 솔직한 공간이다. 차갑고, 숨길 것이 없으며, 몸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되돌려준다. 그래서 겨울철 해변 맨발 걷기는 무리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필요하고, 순서가 중요하다. 잘 걷는 법보다 잘 들어갔다가, 잘 나오는 법이 핵심이다.


겨울철 맨발 걷기의 첫 단계는 맨발이 아니다. 신발을 신고, 양말도 신은 채 해변에 들어서는 것에서 시작한다. 바닷바람이 매섭고 모래가 차가운 계절일수록, 출발은 일상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몸이 긴장하지 않도록, 걷기 전부터 체온을 지키는 동선을 먼저 만든다.

갯바위에서 수건활용 물 닭고 양말 신고 귀가

해변 끝자락, 갯바위나 뚝처럼 잠시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면 그곳이 전환점이다.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겨울 맨발 걷기는 이 ‘정지의 순간’을 건너뛰면 실패한다. 준비 없이 바로 모래를 밟는 순간, 맨발은 방어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추암해변은 겨울 맨발 걷기에 유독 친절한 공간이다. 좌측 촛대바위 아래 방향에 일명 능파대의 형제와도 같은 갯바위가 형성된 지점이 널려있다. 그곳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 무리가 없다. 바다와 바람, 모래의 온도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동선이 짧아 몸의 반응을 살피기에 좋다. 겨울에는 ‘얼마나 오래 걷느냐’보다 ‘언제 멈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래는 차갑지만,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 잠깐의 차가움은 통증이 아니라 감각이다. 다만 그 감각이 불편함으로 바뀌기 전, 스스로 끝낼 줄 알아야 한다. 겨울 맨발 걷기는 도전이 아니라 관리에 가깝다.


걷기를 마치면 바로 가볍게 바닷물에 발을 씻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는다. 맨발로 모래를 밟은 채 해변을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겨울 맨발 걷기를 지속 가능한 생활로 만든다. 이후에는 뒤편 다리 쪽으로 이동해 신발을 신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겨울의 맨발은 여름처럼 자유롭지 않다. 대신 더 정확하고, 더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겨울 맨발 걷기는 몸을 단련하기보다 생활을 다듬는다. 바다를 이겨내려 하지 않고, 바다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겨울에도 맨발로 걷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다만, 계절이 바뀌어도 몸의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겨울 바다는 그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신발을 신고 백사징 끝까지 들어가서
신발과 양발을 벗어 갯바위에 둔다
맨발걷기가 끝나갈 즈음 여명이 오른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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