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겨울을 말하고, 일출은 여전히 봄처럼 웃었다!

171. 노트_ 맨발걷기

by 조연섭

해변맨발 걷기, 오늘은 휴일을 맞아 익숙한 추암 해변을 잠시 놓아두기로 했다. 대신 해변 폭이 좁아 겨울 걷기에 좋은 어달 해변을 걸었다.


걷는 장소를 바꾼다는 건 몸과 마음이 던지는 질문을 바꾸는 일임을 요즘 더 자주 느낀다.

기온은 영하 2도. 공기는 차분하게 내려앉았고, 바다는 한결 더 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 영하 2도보다, 지난주보다 물살은 분명히 더 차가워졌다. ‘바다는 계절이 늦게 온다’는 말이 무색하게, 오늘의 파도는 또렷하게 겨울을 선언하고 있었다.


겨울이 선포된 그 문턱에서, 무심하게도 일출은 여전히 눈부셨다. 어달 앞바다에서 솟아오른 해는 차가운 수평선을 밀어내듯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올라왔다. 붉음은 서두르지 않았고, 빛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겨울 바다 위에 내려앉은 그 윤슬은 마치 “걷는 너를 알고 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이는 손길 같았다.

이 풍경 앞에서 다시금 깨닫는다.


계절은 결코 한 가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바닷물은 가장 먼저 겨울이 되어 차갑게 식었지만, 하늘은 아직 늦가을의 기억을 붙들고 있고, 일출은 계절과 무관하게 매일 새로운 봄처럼 태어난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며 객기를 부렸을지도 모른다. 영하 6도에도 기어이 맨발을 내딛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래 걷기 위해서는, 때로는 걷지 않기로 결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의 겨울 원칙을 다시 세운다.

영하 2도까지는 갯바위까지 신발을 신고 가서, 물가만 짧게 걷는다.

발이 붉어지기 전에 서둘러 물기를 닦고 다시 온기를 신는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바다는 걷는 장소가 아니라 바라보는 풍경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오늘 어달 해변이 내게 건넨 가르침은 이것이다.

자연은 늘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읽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비로소 오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바다는 오늘 분명히 말했다.

“이제, 겨울이다.”

하지만 일출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무리하게 걷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저 빛을 온전히 바라보았다.

맨발의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다.

다만, 다음 계절을 향해 깊게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어달해변걷기_735(2025.12.28), 사진_ 조연섭
어달 일출(2025.12.28),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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