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만학일기_ 경희대학교
10일 토요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학술대회는 교수 논문 3편, 대학원생 논문 2편이 발표됐다. 오늘 만학일기 주제는 공공극장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 논문이다.
‘지역 공공극장의 기능과 역할 전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대학원 재학생 조형준 연구자의 발표다. 연구자는 “오늘날 일부 공공극장은 예술을 담는 그릇보다 시설 관리와 보수에 더 치중된 행정의 부속물로 전락해 있다”며 공공극장 독립 운영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시설 관리에 갇힌 공공극장, ‘시냅스’로의 전환이 필요
조 연구자의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공공극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대전환이다. 그는 기존의 공공극장이 중앙의 문화를 지역으로 전달하는 일방향적 ‘모세혈관’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 대다수 지역 공공극장이 창의적인 프로그램 기획이나 예술적 실험보다, 노후 시설의 보수와 관리라는 물리적 공간 유지에 더 많은 행정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냅스(Synapse)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가 전달되고 새로운 반응이 생성되는 접속 지점이다. 공공극장 역시 단순한 공간 대관이나 시설 관리를 넘어, 예술가와 시민, 의제와 반응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능동적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관료적 행정서 벗어나 독립적 운영권 확보필요
조 연구자는 공공극장이 이러한 시냅스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독립적 운영’을 꼽았다. 현재 공공극장이 처한 예산 압박과 관료주의적 행정 구조 아래서는 창의적인 프로그램 운영이나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스킨십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공극장이 모든 예술가와 시민을 품어야 한다는 막연한 공공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대신 “극장만의 색깔을 가지고 특정한 실험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공공성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공공극장을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에 맞춰 끊임없이 변모하는 ‘살아 있는 구조’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번 발표는 관객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우리는 왜 여전히 극장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조 연구자는 연구의 대상을 학계에 한정하지 않고 현장의 기획자, 극장 운영자, 정책 담당자들에게 직접적인 실천의 언어를 건넸다. 학문적 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고질적인 시설 관리 편중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발표는 “모세혈관을 지나 시냅스로, 공공극장은 이제 전환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공공극장은 단순 문을 열고 관객을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의 회로를 설계하는 ‘지능적 연결체’로서의 공공극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