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아카이브_ 조연섭
동해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늘 새롭다. 어떤 날은 속이 보일 만큼 투명하고, 어떤 날은 심연처럼 깊으며, 또 어떤 날은 집어삼킬 듯 거칠다. 그래서일까. 바다를 그리는 화가의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그 화가가 품은 '마음의 온도'를 마주하게 된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청소년센터 내에 위치한 '틴틴갤러리'에서는 지금 그런 따뜻한 온기를 품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지현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오는 3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7번 국도의 매력을 안고 펼쳐진 동해의 푸른 ‘바다‘와 화사한 ‘봄꽃‘을 주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기호학 전공자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작품을 평가할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작품 하나하나에 눈길을 맞추다 보니 마음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이 화가는 바다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캔버스 위에 일렁이는 동해의 기억
전시장 벽면을 따라가다 보면 푸른 바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추암, 어달, 대진 등 동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칠 법한 익숙하고도 정겨운 풍경들이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하얗게 부서지며 밀려오는 파도, 발이 푹 빠질 것 같은 해변의 모래알, 갈매기의 멋진 행진,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과 맞닿은 산 능선까지.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마치 내가 지금 진짜 바닷가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흥미로운 점은 그 느낌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관동명승첩의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 산수화를 대할 때처럼, 자연 속으로 스르르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화가만의 정서적 깊이를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 바다는 동해의 시간과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담고 있는 듯했다.
바다의 깊이만큼이나 강렬한 꽃의 생명력
전시장을 돌아 좌측 한편에는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눈이 시릴 정도로 노란빛을 내뿜는 해바라기다. 화면 가득 피어난 해바라기는 강렬한 색채와 함께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작가가 꽃을 얼마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봄의 전령사인 목련을 비롯해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는 꽃들은, 전시장 안을 계절의 온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금 일찍 만나는 동해의 봄
이번 전시는 난해하고 거창한 미술 담론을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동해 바다를 사랑하고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휴식' 같은 전시다.
아직 바닷바람이 차가운 계절이지만, 틴틴갤러리 안에는 이미 봄이 당도해 있다. 주말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차가운 겨울 파도와 따스한 봄꽃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화가가 그려낸 동해의 봄을 조금 일찍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지현 작가의 개인전은 동해시 청소년센터 틴틴갤러리에서 3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 스케치_ 사진_ 조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