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솔티드] 옛날식 계단의 진화

10. 노트_ 폰카시

by 조연섭

닳아버린 시간 위에

한 칸, 한 칸

발자국이 남겨놓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녹슨 듯 비치는 빛은

콘크리트의 늙음이 아니라

기다림의 색이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스치자

그 기다림은 비로소 말이 되고

말은 다시 결이 되어

묵호 리솔티드 계단 위에 조용히 피어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빛나지 않아도 좋다


사람의 발이 닿고

숨이 머무르고

다시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곳은 이미

건축이 아니라

문화다


낡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낡음이 의미를 얻은 자리


나는 오늘도 이 옛날식 계단을 오르며

시간 위를 걷는다.

논골담길 커먼즈, 리솔티드 계단,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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