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생명을 덮다

9. 폰카시

by 조연섭

첫눈, 생명을 덮다


몹시 추운 오후,

눈발이 세상을 감싼다.

얼어붙은 감나무 가지 끝,

붉은 감은 떨림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 있다.


첫눈은 무겁지 않다.

가벼운 숨결로 다가와

가지마다 하얀 이불을 덮어주며

생명의 불씨를 살리려 애쓴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생명의 끝자락을 흔들어도,

눈은 차디찬 그곳을 감싸며

한 줌의 따뜻함을 남긴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감의 빛깔은

희망이 되어 눈 속에 잠긴다.

하얀 세상 한가운데

붉은 열매는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첫눈은 겨울의 시작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고,

소멸을 거부하는 희망이며,

차가움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함이다.


그리하여 감나무는 견딘다.

첫눈이 내린 날,

겨울과 친해질 준비로 분주한 오늘,

첫눈은 또 다른 생명을 준비한다.

사진_ 서현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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