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맨발 걷기
조화로운 아침, 금빛 바다와의 동행
오늘은 맨발 걷기 343일 차, 해는 아직 서쪽 하늘에 남아 있고, 동해의 추암해변에 나섰다. 맨발로 닿는 첫걸음마다 피부로 전해지는 감촉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순간이다. 비단결 같은 모래사장, 썰물에 드러난 금빛의 백사장은 마치 모래알이 세상의 작은 축제를 여는 듯, 수없이 반짝인다. 아침 햇살은 부드럽게 빛을 내려주고, 바다와 해변은 고요히 어우러져 있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의 조화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그러나 또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다.
바다와 맨발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관계에 있다. 바다는 끊임없이 변한다. 썰물과 밀물이 서로를 추구하듯 반복되며 해안선을 새롭게 그려간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맨발로 바다를 찾는다. 어떤 이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도 진화의 하나라고 맨발 걷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모르겠다. 정답은 맨발 걷기를 실천하는 자에게 있다고 답하고 싶다. 모래알 하나하나를 밟으며 걸음을 내디딜 때 발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묵직한 존재감을 느낀다. 대지에 그대로 닿아있는 그 감각은 신발을 신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맨발 걷기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깊은 소통의 행위다.
아침의 은빛 백사장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그 빛은 우리에게 치유와 명상의 순간을 선사하며, 하루의 시작에 깊은 가치를 부여한다. 맨발로 느껴지는 촉감은 우리에게 자각을 심어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에서도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순간의 조화는 자연과 인간의 진정한 결합이 이루어질 때만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반복되는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살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재발견한다.
추암해변을 걷는 오늘의 발걸음은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이기도 하다. 거친 바다의 숨결과 부드러운 모래는 서로 대조적인 존재지만, 동시에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이 조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것들이 상호 작용하며 가치를 일궈내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상반되는 것들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존재할 때, 비로소 그것은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맨발러들에게 오늘의 추암해변이 주는 지혜를 나누고 싶다. 바다와 모래, 빛과 어둠, 그리고 맨발로 대지에 닿는 그 느낌은 단순히 발을 맨 땅에 두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어떤 소명을 지니고 있는지 일깨워주는 과정이다. 맨발 걷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한걸음 한걸음마다 삶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이 아침의 빛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