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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자연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

137. 맨발 걷기

by 조연섭

추암해변 377일째 맨발로 걷고 페이스북에 올린 맨발 일기에 대해. 허준구 강원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자연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라 표현했다. 이 말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다. 맨발 걷기가 가진 철학적, 생태적, 그리고 내면적 깊이를 꿰뚫어 본 혜안이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빠르게, 인공적이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도시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숲에서 신발이라는 인공의 보호막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채 살아간다. 그러나 발바닥이 흙과 맞닿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낀다. 흙의 따뜻함, 바람의 차가움, 파도의 리듬이 피부를 통해 전해질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게 된다. 맨발 걷기는 이러한 깨달음을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행위다.


물아일체,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물아일체(物我一體)’란,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를 뜻한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발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내가 경계를 허물고 융화되는 것이다. 특히, 바닷가 모래 위를 걷는 순간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모래알 하나하나는 자연이 내 몸과 대화를 나누는 도구가 된다. 바람, 파도, 햇살, 모래가 내 몸에 닿을 때 나는 ‘나’라는 개체성을 넘어 더 큰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경험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내면의 평화를 회복하고, 내가 속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가르쳐준다.


허 소장의 말처럼, 맨발 걷기는 단순 건강 관리법이나 취미 활동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철학적 실천이다. 자연과 가까워지고, 인위적인 소비와 분리를 줄이며, 환경에 대한 경외감을 되새기는 과정이다. 맨발로 걷는 행위는 우리를 땅과 더 가깝게 만들고, 땅의 생명력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환경 보호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며,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운다.


377일 동안 이어진 맨발 걷기의 시간은 걸음 수를 기록한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허준구 소장이 말한 ‘물아일체’는 단순한 철학적 이상이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깨달음이자 회복의 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도 잠시 시간을 내어 맨발로 걷는 경험을 시도해 보자.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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