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magazine_ news
3일 동해 뉴동해관광호텔에서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날 인사회는 한 해를 여는 의례보다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자리였다. 2025년 겨울은 유난히 슬프게 매섭다. 기온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적 경제 불안과 국내외 정치적 갈등 등 사회 전반의 양극화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와 각종 참사는 우리 삶에 깊은 골을 남기고 있다.
신년인사_ 상공회의소 회장, 부시장, 시의장, 국회의원
동해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이날 자리에는 상공회의소 김규태 회장, 문영준 동해시 부시장, 민귀희 시의장, 이철규 국회의원 등 지역의 상공인 지도자들과 기관, 단체 리더 500여 명이 모였다. 김규태 회장과 이철규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힘든 시기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우리 한국인은 위기를 기회로 반드시 딛고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강렬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더욱 무겁게 느끼게 했다.
이 추운 겨울,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환경적 문제를 넘어, 인간적인 온기와 신뢰를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소신껏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이런 당연해 보이는 가치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새해의 시작에 우리는 늘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밀쳐내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여전히 경쟁과 불신 속에서 자라난 이익과 편견이 희망의 싹을 가로막는다.
더 슬픈 겨울이 오기 전에
나는 신년인사회장에서 잠시나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소신껏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추운 이 시기에, 모두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세상 아닐까?
이 기도는 나의 마음속 외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 개인의 소망이자, 우리가 모두 공유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정치 경제적 회복이라는 하나 둘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더 큰 봄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성숙과 인간적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
디딤돌을 딛고 성숙한 봄날로 가기 위해
이철규 의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정치적 연설의 흔한 수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꼭 붙들어야 할 진실한 약속이어야 한다. 이 디딤돌이 정치 경제적 지표의 회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디딤돌은 새로운 사회적 성숙과 공동체적 가치를 위한 발판이어야 한다.
어떻게 이 디딤돌을 만들어갈 것인가?
첫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를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며,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희망의 메시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말과 선언만으로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 수 없다. 정책과 제도, 그리고 공동체의 노력이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며
2025년의 겨울은 우리에게 잔인할 만큼 혹독하다. 그러나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더 간절히 기다려진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우리의 기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성숙한 봄날’이다. 더 슬픈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는 서로를 따뜻하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어야 한다. 동해시 신년인사회에서 느꼈던 희망의 메시지는 행사장의 인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약속이자 행동이어야 한다. 2025년의 추운 겨울, 우리 모두는 따뜻한 봄날을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한다. 지금은 그 첫 발을 내딛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