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동쪽여행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801일 차, 1일 1회 800편 글을 7일 마감하고 새로운 800편의 글을 시작하는 오늘이다. 2년 전 어느 날 동해의 작은 골목, 기획자로 참여하고 동해문화원이 추진해 온 논골담길의 원형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도전이다. 브런치작가에 도전해 보라는 가까운 기자의 응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필력이 없어 큰 기대 없는 도전이었다. 주제와 기획력으로 합격한 느낌이었다. 문화기획자인 내가 첫 번에 합격했다는 메일이 왔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누구나 참여가능하고 성장 가능성 있고 매력 있는 작가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어떻게 글을 써 나가야 할 것인가 걱정과 기대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쓰기는 세발 네발 시작되고 그 일정은 800일, 800편 글로 이어지며 나의 삶과 일을 바꿔놓았다. 작가보다 문화기획자이자 기록을 진행하고 관리하는 ‘아키비스트‘에 가까운 내가 2년 넘는 800일 동안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걸어온 길은, 기록의 힘과 글쓰기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과정이었다.
800개의 글, 기록의 의미를 확장하다
800편 글은 양적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동해라는 지역의 문화적 숨결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나와 세상이 만나며 만들어낸 이야기다. 하루 한 편, 비록 졸작이라 느낄지라도 멈추지 않고 이어온 이 기록은, 습관보다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글을 쓰며 동쪽여행, 구술사, 지역 N문화, 뉴스 중 논골담길 포함 2편은 웹 브런치북으로 이미 발간했고 18개의 매거진을 꾸려왔다. 이 과정은 취미 이상의 문화 아카이빙의 작업이었다. 이러한 시간은 나를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와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는 영광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과는 기록의 과정에서 발견한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였다.
글쓰기가 준 변화, 발견과 성장의 시간
보도자료와 사업기획서 작성이 글쓰기의 전부였던 나로서는 글의 경우 몇 줄 적는 것조차 버거웠던 사람이다. 그러나 800편의 글을 쓰며, 글쓰기는 내게 용기의 연습이자 발견의 도구가 되었다. 이제는 상황, 사물, 장소 등을 통해 주제를 포착하고 맥락을 풀어가는 깊이가 생긴 느낌이다. 이것은 기술적 향상이 아니라, 글을 매개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장된 결과로 보인다. 글쓰기는 이제 일상이고 나의 일이 되었다. 그것은 기록이고, 기획이며, 대화이다. 한 편의 글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발굴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미래의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문화기획자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지나온 800편의 글을 돌아보며 나는 앞으로의 800편을 꿈꾼다. 새로운 주제, 더 깊어진 시각, 더 넓어진 독자와 공감을 통해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 질적으로 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나의 다음 목표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지역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동해라는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고,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글쓰기의 힘을 믿는다.
글쓰기는 연결이고 미래다
800편의 글을 이어온 시간은 나 자신만을 위한 작업은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연결되고, 사람들과 공감하며, “좋아요”, ”응원 댓글“, “후원”을 통해 지역과 문화를 미래로 확장하는 다리가 되었다. 글 한 편, 단순히 적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기고 만들어가는 흔적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기록이고, 기획이며, 동시에 가능성이다. 나는 또 한 편의 글로 오늘을 시작한다. 글로 이어가는 기록의 길, 그것은 세상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자 커다란 다리다.
800개의 글로 문화와 지역, 그리고 나 자신을 아카이브 한 지난 2년간의 시간은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글로 연결하고 기록하며, 미래를 기획한다. 꾸준히 쓰는 한 걸음, 그것이 세상과 나를 잇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믿는다. 다음 800편의 글은 오늘 이 글 801편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누구에게나 응원과 박수를 받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내가 나에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