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종말론과 FSD 사이(1)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

by 박지명

얼마 전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큰 뉴스가 되었다. 여러 뉴스와 실제 운전 영상을 보면서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현재의 문을 두드린 미래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미국에서 수백만 건의 운전 데이터를 학습한 FSD는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에도 잘 적응한 것처럼 보였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엑셀에서 발을 떼고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센세이션을 떠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전하는 것을 매우 기피하다가 가장으로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놓이자 (다행히도) 빠르게 운전에 적응한 나로서는, 마치 운전기사를 두고 운전하는 것만 같은 FSD의 영상을 홀린 듯이 보면서, 어디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샅샅이 알고자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있었을 FSD를 사용한 운전자의 여러 사고 사례들에 살짝 눈을 감고 현재의 결과물만 놓고 보자면, FSD가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것 같다는 경험자들의 감탄도 이해가 간다. 인간 운전자는 여러 인식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을 테니, FSD가 도입되면 사고도 그만큼 덜 나지 않을까? 새삼스레 인간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외주화 하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X와 같은 많은 기업들을 동시에 경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상상력은 마치 문어발처럼, 아니 거미줄처럼 뻗어나가고 있다. 카메라 비전 중심의 자율주행, 그록, 스타쉽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은 AI와 로봇, 우주산업을 이어보려는 그의 거대한 과학 제국 안에서 착실히 발전되고 있다. 그는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화폐는 사라지고 진짜 화폐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돈은 궁극적으로 국가가 만들어낸 하나의 노동과 자원의 배분을 기록하는 정보 시스템이다. 그런데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AI가 스스로 AI 자체 또는 로봇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정도에까지 발전을 하고, 로봇에 그러한 AI가 이식되어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을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인간의 노동은 불필요해지고, 인간은 AI와 로봇으로 대부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그는 이러한 단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 것이라고 대담하게 예상한다). 그런 미래가 온다면, 지금과 같은 화폐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그때 남는 진짜 화폐의 기준은 물리학이 보장하는 단단한 실체, 곧 AI와 로봇을 운영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에너지는 누가 통제하는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 이르고 나면, 인류의 문명 발전 정도는 1964년에 소련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제시한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 즉, 총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구분될 뿐이다. 카르다쇼프 척도에 따르면 Type 1 문명은 행성의 에너지를, Type 2는 별의 에너지를, Type 3는 은하의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문명에 해당하고, 현재 인류의 문명 발전 정도는 아직 0.73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명 발전의 방향성, 그림, 척도 안에서 좋은 미래, 도달해야 할 끝은 점점 더 많은 에너지, 점점 더 거대한 스케일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로 줄어든다. AI는 그 핵심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으면서도 유일하게 그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결국 머스크에게 좋은 미래란, 인류가 카르다쇼프 척도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며 더 많은 에너지를 통제하고, 더 거대한 규모를 운영하는 문명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렬되는 미래다. 자율주행, AI, 로봇, 우주선, 에너지 저장장치, 에너지 기반 화폐까지 모든 것은 에너지의 생산, 저장, 사용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 위에 정립된다. 이런 서사는 단순한 기술 전망을 넘어서서 가치 판단 기준과 일종의 종말론을 품고 있다. 인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성장'이고 '발전'인지, 어떤 문명이 더 '고등한지'를 에너지 사용량과 계산 능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FSD가 준 충격은 이러한 머스크식의 미래 상상력이 더 이상 SF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서울의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현실이라는 감각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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