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되지 않은 그러나 오래되어야 할 시간의 이야기다.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순수하고 선한 사람이 아니고 때로 투쟁적이며 부정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었고 그래서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면서
그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결국 내 주도로 헤어지게 되었다.
최대한 상처가 안 되게 설명을 했지만 그는 꽤 큰 심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헤어지고 며칠 뒤에 그는 나에게 한 종이 노트가 찍힌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 꾸깃꾸깃한 종이노트에는 여러 다른 시점에 씌여진 것으로 보이는
그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 하나씩 나열되어있었다.
그는 내 조언을 듣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었다고 했다.
*
그 사진을 보고 나는 내가 기억하는 그에 대한 좋은 기억을
몇 장 분량의 문서로 써준 뒤 그에게 보내주었다.
분명 자연스럽게 잊고 앞으로는 상기하지 않을 내용이기에
그나마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 때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그와 헤어졌다.
*
어떤 관계에도 아마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았을 때 좋은 생각이 나는 엔딩이라는 건
어쩌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