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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Jul 30. 2018

<어느 가족>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보고


당신들은 아이를 유괴한 게 아니에요. 주운 것도 아니고 구한 거예요. 비록 도둑질을 가르치고 시켰지만, 아이를 버리지 않고 때리지 않았어요.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도둑질밖에 없었잖아요. 당신 가족들은 아이가 혼자 있을 때 그 옆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어 주고 안아 주었어요. 그리고 소소하고 때로는 비루하지만 무엇보다 멋진 추억을 만들어줬어요.

집에서 사무용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온 가족이 아이의 달라진 헤어스타일을 보고 인물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해주었죠. 목욕하면서 숫자 세는 노래를 같이 부르고, 바다로 가서 함께 밀려오는 파도를 점프로 넘으며 여름을 보냈어요. 고로케를 사발면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는 방법도 알려줬어요.

목욕하면서 숫자 세는 노래를 익힌 아이는 ‘어느 가족’과 떨어져 소위 말하는 ‘진짜 가족’ 집에서 홀로 방치되어 있을 때 그 노래를 불렀어요. 아이가 부른 건 숫자가 아닌 기다림이었어요.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은 당신들과 함께 있는 거예요. 아이가 크면 이 노래는 기다림이 아닌 그리움이 될 거예요.

저도 벌써 <어느 가족>의 아름다운 장면이 그리워요. 다시 극장에 갈 날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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