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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Sep 29. 2019

저는 이제 책을 읽겠습니다

같이 읽으실래요?

저는 이제 지쳤습니다. 정말로요. 뭐 대단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긴 수업이 끝나거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PC방으로 달려가서 몇 시간이고 졸려서 쓰러질 때까지 게임을 하던 제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요. 게임이 얼마나 재밌고 잘하든, 누구와 하든 제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책을 읽겠습니다.


사실 평소에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닙니다. 나름 관심이 있어서 방학 때마다 두세 권씩은 읽었죠. 지난 겨울에는 뉴질랜드 여행을 갔습니다. 뉴질랜드는 와이파이 인심이 박한 나머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멀리까지 가서 늦저녁 나무 아래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백야행>, <그 후에>,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습니다. 백야행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책을 보기 전에는 동명의 영화가 먼저 보고 싶었으나, 다 읽고 난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네요. 역시 책이 최곱니다.


올해 남은 몇 달간 세 권을 읽으려고 합니다. <총, 균, 쇠>, <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 <남자로 산다는 것>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간략하게 애피타이징(Appetizing) 해보겠습니다. 본격적 리뷰는 따로 남길 예정입니다.

다른 책들과도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늦더라도 꼭 써놓고 싶네요.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이 책은 사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책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1년 동안 제 옆에 앉았던 짝꿍이 보던 기억이 나네요.


잠깐 그 친구 이야기를 해보자면, 농구를 하다 오른손가락 인대가 늘어나자 왼손으로 수학 문제를 저보다 빨리, 정확하게 풀어버리는 친구였습니다. 물론 원래 오른손잡이였죠. 지나고 보니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저는 솔직히 친구가 이 책을 다 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책은 꽤 두꺼운 데다 내용이나 제목이 고등학교 학생에게 끌릴 만한 내용은 분명 아녔거든요. 특히 시간이 그다지 많지도 않은 고3 학생에게는 더더욱 그렇죠. (저는 그런 시간에 웹툰이나 축구, 아니면 역시 게임을 했습니다)


여하튼 친구는 책을 기어코 다 읽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사실 전에도 읽으려다 포기한 책이었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우리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왜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토록 불공평한 질서가 형성되었으며, 문명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근원적 궁금증은, 작든 크든 누구에게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책의 한 부분입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가장 깊게 박힌 구절이자, 답이 굉장히 궁금한 물음입니다.


그는 다시금 그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찌를 듯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정다연>


지난겨울, 메디게이트에 기자 실습을 다녀와서 알게 된 정다연 기자님의 첫 책입니다. 비록 아직은 조금 읽었지만 역시 작가님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색이 다른 글을 쓰는 작가님 항상 응원합니다.(brunch.co.kr@recordmia)


서른에 관한 글이라 제가 이해하기엔 조금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어차피 서른은 누구에게나 오니까요. 이십 대의 누구나 고민할 법한 것들, 사랑에서 오는 고찰은 한 번쯤 곱씹을 만한 이야기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꼭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차와 읽기 좋은 책이네요.


처음 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첫눈에 당신에게 반했다.'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살아온 삶을 알고 싶다, 당신의 미래를 응원한다,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 흠뻑 빠졌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당신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의미다.



<남자로 산다는 것/제임스 홀리스>


사실 제목만 보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남자긴 하지만 이토록 직접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페미니즘 도서 외에 있었나 싶었으니까요.


책은 우려와는 다르게 남성 운동, 그러니까 여성운동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을 다루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보다는 남성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양쪽 성역할을 모두 이해해보려는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죠. 책은 1992년 4월 필라델피아 융 심리학 센터에서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쓰입니다.


저는 이 책을 더퀘스트(길벗출판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벤트를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융 심리학 때문입니다. 융은 정신 심리학에 있어서 프로이트와 함께 중요한 인물인데, 프로이트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능과 과거의 경험을 강조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견해를 펼칩니다. '집단적 무의식'이 그것입니다. 짧게 말하자면 개인에게는 공통적으로 보이는 보편적인 컴플렉스가 있고, 이는 민족이나 인류에게 있어서 유전적으로 계승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예전 고대 신화나 원시부족의 통과의례를 통해서 현대 남성 또는 여성의 컴플렉스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개인의 치유와 변화는 나의 주요 관심사다 ... 여성들이 앞서 발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집단적 경험이 개인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개인사와 대중의 신화를 이루는 씨실과 날실들이 한데 엮이면서 개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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