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1일자로 독일 출국을 한 이후로, 한국에 머문 기간은 총 한달여, 계속해서 노마드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4월-7월 중반 독일
콘스탄츠-오펜부르크
독일로 들어갈때는 취리히 공항을 이용했고, 콘스탄츠는 국경지역이라 기차로 가볍게 스위스도 다녀왔다.
오펜부르크는 또 스트라스부르가 가까워서 주말을 이용해서 프랑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7월 23일부터는 발리에 정착 아닌 정착
겨울 방학삼아 한국을 3주 정도 다녀오고 다시 발리의 우기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셈
발리는 참.. 발리하다 ㅎㅎ
그리고 다시 독일로 가볼까 생각하며 방법을 모색중이다.
이 고민을 하기까지는 또 다른 고민이 많이 있었는데, 네 텀으로 이루어진 학교생활의 텀 3 중반쯤 오고, 아이의 나이가 딱 만으로 9세 절반이 되자, 교육적으로 뭔가 실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해서 이다.
영어는 순조롭게 매일같이 오더블과 전자책을 끼고 실고 있고, - 아카데믹한것은 기대할 수 없기에 조만간 엄마의 액션을 취해야 함. 너무 코믹한 책들만 접하고 있어서. 언제 어떻게 문학의 즐거움을 확 느끼게 하면 될까 고민중. 그나마 다행인것이 눈뜨면 오더블부터 키고, 지루하다면서 전자책을 읽고, 잠들기 전까지 양치하면서도 오더블을 놓지 않는다. 책 수준만 좀 올려라 아들아~~~
독일어는 때마침 독일 친구들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 생겨.. 그 아이들과는 기본 독일어를 쓰는 기회가 매일 있다. 그래봤자 이것도 아카데믹을 기대하긴 어렵기에... 그래서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것이다.
갑작스럽게 만난 차이니지 앱으로 지난 1월 한국의 3주동안 한자 실력을 급 성장도 시켰다.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아들아, 고맙고 기특하다 ㅎㅎ
그리고 바이올린은 주1회에서 2회로 그리고 스즈키 5권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본인도 절감하는차에 노를 젓자 하며 주 3회로 다시 레슨 비중을 늘렸다. 바이올린은 고비가 있는 악기이다. 뭐 어떤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한번 어려운 고비를 넘고 나니, 어려운 곡을 해내는 데 대한 성취감과 곡의 선율에 스스로 감동하며 빠져드는 기쁨이 생겨나기 시작하여, 이참에 취미이지만 더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키워보고자 한다. 연습량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일 본인의 연습루틴을 싫증내지 않고, 잘 하는게 대견하다.
도전이란 무엇인가를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본다.
작년 까막눈의 상태로 독일에서 둘이 같이 수퍼마켓에서 끙끙대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소세지 하나 사려해도 일일이 다 번역을 해야 했고, 브랜드 파악하는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 아니라 채소, 고기, 곡물 등등 식재료를 우선해보면 정말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수퍼마켓 장보기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어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았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의 좌충우돌은 만 8세에게도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 당시 게다가, 3월에 새로산 4분의 3 사이즈 바이올린과 갑자기 끊어진 레슨으로 혼자 연습하며 새로운 손가락 포지션과 활을 쓰는것 때문에 자세도 많이 망가지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특히나 본인이 좋아하며 잘 연주한다고 자부했던 곡들이 잘 안되자 연습하면서 짜증도 엄청 많이 냈다. 아니 하라고 막 등떠민것도 아닌데 혼자 스트레스를 왜! 하면서 그렇게 화가 나면 연습을 멈추는게 좋지 않을까 내심 우려도 많이 했더랬다. 이러다가 바이올린 인생은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하는것인가.. 하지만 이미 바이올린은 아이의 생활 중 일부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고비와 한계를 극복해 가기 시작했다. 작년 말 다시 원격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시작하면서 선생님도 혼자 스스로 연습을 꾸준히 해온것에 놀랍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게 만 8세에게도 가능하더라. 예체능에서 성공한 대가들의 어린시절을 들어보면 저게 과연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은 놀라운 집중력과 성취를 보이는데, 그것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재미와 성취를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에 대한 울렁증도 거의 없어졌다. 언어 자체에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된것도 사실이고, 중국어의 장벽, 한자를 받아들이는데 힘들지 않을까 고민했던 것을 싹 지우고, 나름의 방법으로 한자를 재미있게 익혔다. 한자 학습장이라 공책 한켠에 써놓고 본인이 학습한 한자들을 기록한다며 12시를 넘기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레고가 아닌 조립을 시작해봤다. 작은 피스들을 일일이 니퍼로 깨끗하게 컷팅해 내고 한땀한땀 붙여가야 하는.. 처음부터 본드를 쓰면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서 본드를 쓰지 않고도 조립이 가능한 것들을 시작해 봤다. 독도함과 스포티지를 그렇게 완성하고 나니, 박물관에 가서도 독도함을 더 유심히 보고, 별로 차에 관심없는 남아이면서도 길다가 스포티지 발견하면 환호를 했다. 이 조립하는 것도 끝까지 하겠다고 결심한 날은 어서 자라고 독촉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만큼 할때까지!
그리고 어제, 나는 이미 결심을 끝냈지만 아이에게는 의중을 묻지 않았던, 하지만 독일에서 사온 독일어 학습책을 한페이지 해보라며 슬쩍 권했는데, 갑작스레 아이도 나 다시 독일로 가고 싶어 라고! 그래 가자! 이번에는 엄마도 삽질 덜 할거야. 멍청비용은.. 이미 다 작년에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실전에 적응할 일만 남았어 라고 혼자 다짐했다. 물론 나에게는 넘사벽 독일어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남아있고, 독일 진입을 위한 나만의 커리어를 위해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이렇듯.. 도전하고 또 적응하고, 또 도전하면서, 처음에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벽들은, 한번 고비를 넘을때 마다 아무것도 아닌것이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나서 해결이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고, 그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잘 넘어가면 된다는 것을 아이도 나도 잘 알게 되었다. 이게 진짜 중요하다. 새로운 곳과 낯선 환경에 처하는 자체를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고, 매번 여행지를 정할때마다 늘 괴롭지만 하지만 아이는 너무나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고 또 다른 곳을 가자며 나를 부추긴다.
엄마는 성장이 멈춘나이지만 ㅎㅎ 아이와 함께 또다른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아직은 케미가 잘 맞는 엄마와 아들이다. 이제 슬슬 하나씩 시동을 걸어야 겠다. 사실 지금도 준비단계에서 막혀있는 것들이 있지만, 어떻게든 풀어내고 또 풀어낼것이다. 해보니, 그렇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실행이다.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길은 뚫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강하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일은 시간이 해결하고, 어떤 일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것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오늘이 있는 것처럼 내일을 위해서 또 오늘을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