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후기

-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쓰기와 자녀에게 편지 쓰기

by 국어쌤

어제 저희 학교는 학부모 설명회가 있습니다. 대학 입시 안내, 교육활동 소개, 학부모 상담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학 입시 안내도 중요하고, 교육활동 소개도 중요하지만 사실 많은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 인사를 하시겠다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와 겸해서 친한 어머니들 만나 안부 묻고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지난 해에 주요 대학에 몇 명이 진학했는지, 이번 해의 주요 대학 입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하지만, 사실 학부모님 입장에서 내 아이가 갈 학교가 아니라면 그게 큰 의미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건 내 아이가 학교 생활에서, 수업 시간에 어떻게 지내는지, 내 아이가 어느 정도의 대학을 가는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후 1시에 학부모 설명회가 시작, 오후 3시에 학부모 개별 상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전에 저희 반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 학부모 설명회 후에 부모님들께서 교실에서 기다리시면서 상담을 하니 부모님께서 보실 수 있도록 다짐의 글이나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두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오시지 못하는 부모님도 계실 수 있으니 사진은 찍어서 모든 부모님들께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토요일에도 자습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토요일에도 등교를 하고, 등교를 하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에게 부탁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반 학생들이 칠판에 쓴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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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들이 교실에 오셨습니다. 서명록에 보니 저희 학급 27명 학생 중 18명 학생 학부모님이 오셨습니다. 학부모님은 교실에서 기다리시고, 저는 복도에 준비해 둔 책상에서 상담을 합니다.

고3이니 대학 입시에 대한 질문이 많고, 학교 생활을 많이 궁금해 하셨습니다. 애살 있는 아들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들들도 많아서 아들들이 집에 가면 학교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니까 많이 물어보시게 됩니다. 학부모님이 많이 오셔서 1인당 15분 내외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려도 상담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님은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보시거나 주변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학급에 친한 어머니가 없으면 많이 심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건 편지지, 편지봉투, 펜입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지루하실 수 있으니 아들에게 편지를 쓰시라고 했습니다. 원하시는 날짜에 배달해 드릴테니 이런 기회에 새삼스럽게 편지를 한 번 쓰시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께서 편지를 써 주셨고, 박스에 담아 정리했습니다. 어느 학부모님은 중간고사 치기 전, 어느 학부모님은 여름방학식 날, 어느 학부모님은 수능 치기 전, 어느 학부모님은 수능 후에 배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한 달 후에 타임캡슐 매설식을 하는데, 타임 캡슐은 20년 후에 개봉합니다. 부모님들께 희망하시면 타임캡슐에도 넣어드리겠다고 했고 3분께서 타임캡슐에 넣으셨습니다. 학생이 마흔 즈음에, 스무 해 전에 쓰신 부모님의 편지를 받아 보는 것도 감동적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20년 후에 20년 전 고3 학부모의 마음을 되새기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학부모 상담 이후 의미있는 시간,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답장을 주시기도 하셨고, 평소에 자녀에게 하지 못한 말을 편지로 쓰면서 자녀에 대한 사랑을 새삼 느꼈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학부모 상담을 오셨던 아버님들도 편지를 쓰셨습니다.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저희 아버지께서 몇 번 편지를 써 주셨는데 그 기억도 각별하게 남아 있는데 저희 학생들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겠거니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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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녀의 학교 생활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녀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건 학교의 교사가 아니어도, 학원의 강의든, 인터넷 강의든, 책이든 많습니다. 담임 교사가 해 줄 수 있는 건 오히려 부모님과 자녀의 소통을 돕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중3을 위한 고등학교 사용 설명서' 책을 썼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이승우쌤 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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