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편지 쓰기
내일 저희 학교는 학부모 설명회가 있습니다. 대학 입시 안내, 교육활동 소개, 학부모 상담이 진행됩니다.
학부모 개별 상담을 하면 학부모님은 교실에서 기다리시고, 복도에 준비해 둔 책상에서 상담을 합니다.
고3이니 대학 입시에 대한 질문이 많고, 학교 생활을 많이 궁금해 하십니다. 많은 아들들이 학교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니까 많이 물어보시게 됩니다. 제 입장에서는 학교를 한 번 오시는 게 마음 내는 것도 그렇고,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신경 쓰이는 일이고 일부러 오셨는데 금세 상담을 마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기숙사 학교이다 보니 멀리서 오시는 학부모님들도 많으십니다. 부산에서 1시간 30분 걸려서 왔는데 상담을 10분, 20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서울에서 4시간 걸려서 왔는데 10분, 20분만 상담할 수는 없다 보니 상담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님은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보시거나 주변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학급에 친한 어머니가 없으면 심심하실 수도 있습니다. 각 교실에서 기다리시다 보니 친한 어머니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내일 저는 봉투, 편지지, 펜을 챙겨 갑니다. 상담을 기다리시는 동안 자녀에게 편지를 쓰실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희망 날짜에 자녀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중간고사 치기 전, 수능 치기 100일 전, 수능 이후 등 지정 날짜에 전달하는 집배원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면 기다리시는 동안 덜 지루하시겠지요?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저희 학교는 매년 타임캡슐 매설을 합니다. 학생들은 고3 때 타임캡슐을 매설하고, 이것을 졸업하고 20년 후에 개봉을 합니다. 이번 해의 타임캡슐은 아직 매설 전입니다. 부모님께서 쓰신 편지를 희망하신다면 타임캡슐에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자녀에게 쓴 편지를 20년 후에 함께 보시는 것, 우리 부모님이 20년 전 나에게 쓴 편지를 20년이 지나 40대에 읽어 보는 일 꽤나 낭만적인 일 아닐까요-
학교 경력이 이제 마냥 저경력은 아니다 보니, 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보니 저경력일 때 학부모 상담을 준비하는 것과는 마음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좀 더 학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그래서 학부모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은 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중3을 위한 고등학교 사용 설명서"를 쓴 국어교사 이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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