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후반의 결혼 6년 차 부부교사입니다.
<30대 후반> 가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노산의 범주에 있으며 <결혼 6년 차> 신혼이라기엔 이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새로움은 없는 <부부교사> 안정적인 직장과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아이 있으세요?"
신규 때부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저 질문은 대답자인 제 나이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데 나이가 어린 신규 때에는 "자기 아이도 없으면서 어떻게 우리 아이에 대해 그렇게 말하시나요? 아이 키워보신 적 없으시잖아요." 즉, "아이도 없는 네가 뭘 알아?"의 의미였고 지금의 의미는 "선생님도 아이가 있으시니 공감하실 거예요. 제 아이라도 제 뜻대로 안 되잖아요." 즉, "제 상황 공감하시죠?"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날 선 질문에 함께 날 세워 대답했다면 이제는 웃으며 대답을 피해 갑니다. 왜냐면 저는 딩크이기 때문입니다.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 맞벌이를 하며 의도적으로 자녀를 가지지 않는 가족입니다. 결혼 전부터 딩크였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딩크'라고 소개를 하면 비난과 편견의 시선을 많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철없고 놀기 좋아하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 으로 인식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미혼일 때는 다들 결혼하면 바뀔 거야, 라며 제 생각을 아주 가볍게 여겼습니다. 결혼 후에는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저출산 국가에서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보이고 있달까요. 이러나저러나 좋은 시선은 아닙니다.
하물며, 저는 초등교사입니다. 8세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와 함께하며 교육과 생활습관 형성을 담당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어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명제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데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제 소개에는 초등교사이지'만' 딩크입니다.라는 문장이 성립됩니다.
개인이 딩크임을 밝힐 때보다 교사이면서 딩크임을 밝히면 더 큰 비난의 시선이 쏟아집니다. 딩크족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즉각적인 언어적 공격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초등교사이면 달라집니다. 이런 논리입니다. "아이를 사랑해야 하는 선생이 어떻게 자기 애도 안 낳아보고 아이를 가르치냐?"라는 겁니다. 저 문장에 이미 오류가 가득합니다. 교사는 아이를 꼭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니며, 자기 애를 낳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는 없고 아이는 없지만 가르침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합리한 비난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저는 "아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어버이날이 다가옵니다. 저는 또 시달리겠죠.
"그래서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 학교 애만 보지 말고 네 아이를 낳아야지."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다행입니다. 현 대통령이 딩크족이니까요. 거대한 핑곗거리가 생겼습니다.
저는 교사이기에 딩크도 아니고, 교사지만 딩크도 아닙니다.
저는 그냥 딩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