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른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이한테 차별이고
어른을 아이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른에게 모순이고 기망이다.
내가 근무한 학교에서는 장애나 부상이 없는 일반학생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쳤거나 아픈 경우를 제외하면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학교예산은 모든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이용까지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치 않다. 학교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기껏해야 한두 대에 불과한데 학생들은 수백 명에서 천 명을 넘기기도 하니 애초에 모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다. 보다 명확하게 일반학생들이 주된 이용자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영구 또는 일시 장애가 있는 학생, 교직원, 방문자 등의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해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꼭 있다.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교사로부터 엘리베이터 이용 금지에 대해 생활지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가끔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학생은 엘리베이터 못 타게 하면서 선생님은 왜 타세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학급의 한 여학생이 가부끼 분장과 키메라 화장을 하듯이 메이크업을 너무 진하고 과하게 해서 담임교사가 여러 차례 교육을 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아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더니 학부모가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학생은 화장 못 하게 하면서 선생님은 왜 화장하세요?”
심지어 교사 스스로 자신이나 동료를 학생과 동일하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는 교사들끼리 빵이나 떡 등의 가벼운 간식을 나누어 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비판하는 교사가 있다. 학교에서는 식중독 위험, 쓰레기 처리 등의 이유로 학생들에게 원칙적으로 외부 음식의 반입과 섭취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외부 음식을 학교에 반입해서 섭취한 뒤에 식중독 증상을 보여도 매뉴얼에 맞춰 발병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묵적으로는 학교 여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과자나 젤리 정도 먹는 것을 엄격하게 막지 않는다. 한창 먹을 때인 걸 아니까 막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나 상황이 어쨌건 그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 교사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간식 못 먹게 하면서 교사들은 왜 먹어요?”
이런 학교도 있다. 복도나 계단 등이 흙먼지로 지저분해지고 오염된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 건물에 출입하기 전 현관에서 실외화를 실내화로 갈아 신도록 지도하는데 교사들은 실외화를 신고 교무실로 출근하니까 학생들의 실내화 착용을 지도할 명분과 당위성이 떨어진다며 교직원회의에서 교감이 이렇게 반문한다.
“학생들은 실내화로 갈아 신으라고 하면서 교사들은 왜 실외화 신어요?”
이런 유의 에피소드는 차고 넘친다. 학생은 못 하는 것을 교사는 한다거나 학생이 하는 것을 교사는 안 한다거나 하는 그런 말들 말이다. 이런 말들은 막상 들으면 순간적으로 대꾸할 말이 생각 안 나고 말문이 막힌다. 게다가 언뜻 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세상 어느 직장인이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서 엘리베이터를 못 타나. 여성 직장인이 화장해서 출근하고 일하는 게 지적받을 일인가. 한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직장동료와 간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게 잘못인가. 사무실에 내 책상이 있는 곳까지 신발 신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슬리퍼로 갈아 신는 게 사무직 국룰 아닌가. 학생은 엘리베이터 못 타게 하면서 교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학생은 화장 못 하게 하면서 교사는 화장을 하고, 학생은 간식 못 먹게 하면서 교사는 간식을 먹고, 학생은 실내화로 갈아 신고 교실로 가게 하면서 교사는 실외화를 신고 교무실로 가는 게 잘못되고 틀린 게 아니다.
교사에게 학교는 직장이다. 교사는 학생처럼 등교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 출근한다.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이다. 단지 일하는 장소가 학교일뿐 대한민국의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교사도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직장인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옳다. 교사는 학생이 아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모순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일하는 규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규칙과 달라야 하는 게 맞다. 학생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교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환자에게 식이제한을 처방한 의사가 환자와 같이 식이제한을 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의뢰인의 잘못 때문에 함께 처벌받지 않는다. 의사를 병원에서 환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변호사가 법정에서 의뢰인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지 않는 것처럼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 교사에게는 학교라는 직장에서의 기준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상식이다. 더군다나 교사는 성인 어른이고 학생은 미성년 아이다. 아이를 어른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이한테 차별이고 어른을 아이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른에게 모순이고 기망이다. 어른과 아이는 판단기준이 같지 않아야 공정한 것이다. 다른 것을 똑같이 대하는 게 차별이고 모순이며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는 게 공평한 것이다. 학교에서 성인 교사는 미성년 학생과 같지 않고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 우대가 아니라 단지 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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