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차’를 위한 abc? (7)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by 구름소리


“유리야 역시, 아무나 차를 내릴 수 있는 건 아닌가 봐”

“무슨 소리야? ”

“지난번 네가 나눠준 차 있잖아. 집에 가서 네 말대로 내려보려고 했는데, 완전 꽝이더라고. 난 그쪽으론 소질이 없나 봐”


어떻게 했길래 저런 소릴…


“뜨거운 물 붓고, 너처럼 숫자를 대충 60까지 세고 난 뒤 마셨지. 엄청 떫던데! “

“설마… 내가 준 차를 한 번에 털어 넣은 건 아니겠지? ”

“어…어어…???”

“뭐야! 너 그거 한꺼번에 다 넣었구나! ”


못 산다. 못살아.

내가 분명히 세 번 정도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건만.


“그냥 감으로… 양이 얼마 안 되는 거 같던데??…”

“혼자 마실 땐 차를 조금만 넣어도 돼. 아니 아니. 물을 얼마나 넣느냐도 중요하지. 물의 온도도 중요하고. 우리는 시간도 무조건 1분이 아니라…”

“역시! 타이머도 있어야겠네! 온도계도 필요하겠지? ”


에에?


“찾아보니, 녹차는 85도에서 90도 정도라고 하고, 홍차는 또 90도…”

“집에서 차를 내리는데 온도계까진 좀… ”

“뜨거운 물 붓고 잠깐 한눈 팔았더니 정말 망해버리더라고 “


물론 나도 가끔 그러기는 하지... 쩝.

그래도 온도계, 타이머는 살짝 오버야.

물론,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긴 하다만-


“차를 잘 내리기 위해 전문 도구가 필요하다?“

“빙고! 찻잔이나 차 주전자는 어떤 걸 쓰면 좋을까? 이쁘고 근사한 차도구들 진짜 많더라“


“있잖아. 예전에 어떤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처음엔 좋은 차도구들 보다,

좋은 차를 맛보려고 노력해 보라 하시더라.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같어. 좋은 차를 마셔봐야…

맛있는 차에 대한 기준이 생기는 거잖아.

도구에 돈 쓰는 것보다는, 좋은 차에 돈을 쓰는 게… 어떨까…??

물론 선택은 자유...“


“그래도 차를 내리려면 기본 도구가 필요하잖아”

“물론이지. 하지만 간단한 것부터! 내 경우엔 유리 차호가 좋았어. 이렇게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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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빛깔을 볼 수 있으니까, 차가 너무 진한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입구에 거름망도 있으니까 사용하기 되게 편해.


그다음엔 적당한 작은 찻잔이랑 잔반침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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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집에 있는 일반 컵을 쓴다고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작은 잔에 따라 조금씩 맛보면서

차의 향과 맛을 느끼는 게 참 좋더라.


그리고 하나를 더 산다면, 유리 공도배야.

공도배는 차호에서 우린 차를 한 번에 따라 놓고,

조금씩 조금씩 잔에 따라 마시기 위해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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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호에서 우린 차를 직접 잔에 따른다면,

차호에 남아 있는 찻잎은 그동안 계속 우러나게 되잖아.

그럼 점점 진해지겠지.

차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도배에 따라놓고 잔에 조금씩 나눠 마시는 거야.

첫 잔과 마지막 잔이 모두 일정한 농도로 유지되도록"


"흠... 그래서 공도배라는 게 필요한 거구나. 오케이. 알겠어.

하지만 예쁜 찻잔을 보면 갖고 싶던데..."


"그럼 네 취향에 맞는 걸 하나 사보던가. ㅎㅎ

하지만 너도 그 말 알지?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그치만 유리야. 너도 차 주전자니, 개완이니, 찻잔이니 예쁜 거 엄청 많던데!!!"


"아... 그거... 하하. 그게… 말이야... 차를 마시다 보면… 말이야...

헤헤. 아직 내가 장인이 아니걸랑..."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난 정말,

꼭 같고 싶은 것만...

샀...다...구...

아니

사려고...노력...한다구... 진짜.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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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