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물 같다니 충격적이다!
"좋은데 이유가 있나... 그냥 좋아. 그냥"
이렇게 답하고 싶지만, 이건 더 이상 묻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뭐라도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야 너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더 이어갈 수 있을 테니.
“차는 정말 여러 겹의 맛을 가지고 있어.
한 모금을 마시는데도
아주 복잡한 맛이 한꺼번에 느껴지거든“
“그래? 난 그냥 밍밍한 물 같던데. 어떤 차가 그렇게 복잡한 맛인데?”
“좋은 차일 수록 그래. 물론 잘 내려도 그래”
“너도 잘 내려?”
“아 뭐… 그냥…"
티 마스터 과정을 마쳤다고 이야기하려다가 왠지 부끄러워서 그만두었다.
"비슷하게 내려... 못 먹을 정도는 아니게"
한숨만 나온다. 나는 왜 이렇게 너에게 어필을 못하지.
“한 잔 내려줘 봐 그럼”
"어? 그럴까? 그래"
순간 떨렸다.
잘 내려야 하는데. 아는 체 해 놓고 막상 맛없게 내리면…
진정하자. 그동안 내려 마신 차만 해도 몇 잔인데. 이 정도쯤이야.
마침 23년 산, 운남성 백아차가 있다. 며칠 전 마셔보고 혼자 감탄했었더랬지.
개완을 데우고, 3그램의 차를 티저울에 달아서,
끓인 물을 숙우에 한 번 따라 95도 정도 온도에 맞추고…
개완에 부운 후 기다려야지.
타이머는 지금 없으니까 속으로 1분을 셀 거야.
지난번에 그렇게 마셨을 때 정말 맛있었거든.
하나 둘 셋 넷…
“근데에- 꼭 그런 그릇에 차를 마셔야 하는 거야?”
“응. 아니. 이런 그릇 좋아”
일곱 여덟 아홉 열…
“응이란 말이야, 아니란 말이야?”
“이런 그릇 좋다고. 개완”
열 셋. 열 넷…
속으로 60까지 세야 하니 제발 말을 시키지 말란 말이다.
“개안? 무슨 이름이 그래?”
“개안 말고 개완”
“아아. 개와완~~”
열 일곱. 열 여덟…
“근데 왜 개완인가? 열 개, 그릇 완자를 쓰나?“
하. 누가 너 유식한 남자 아니라고 할까봐...
“아마 그럴지도? 인터넷으로 한 번 찾아봐“
“영화 같은 데서 본 적 있는 거 같아. 거기다 마시면 더 맛있어?“
“그렇다기 보단, 이런 유약 바른 도자기 개완에 우리면 차가 가진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대. 사용하기도 편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익숙해지면 편해”
어, 큰일 났다. 어디까지 셌지? 몇 초쯤 지났을까?
“차 마시려면 필요한 게 많구나“
“아냐. 이런 개완 하나만 있으면 돼“
“넌 뭐 이것저것 많은 거 같은데? 그 찻잔… 되게 비싸 보인다"
내 책상에 놓인 잔을 흘깃 보며 말한다.
“아냐. 아냐. 안 비싸. 처음 시작할 땐 비싼 거 필요 없어”
네가 입을 비죽이는 게 조금 거슬린다. 안 믿는걸까...
그나저나 이제 1분 정도 된 거 같은데? 아닌가?
에이씨. 이래서 타이머를 하나 사뒀어야 하는데.
몰라. 대략 1분 정도 된 것 같으니까 지금 따르자.
유리 숙우에 차를 내린 후, 작은 잔에 따랐다.
그리고 너에게 내밀기 전에, 살짝 먼저 한 모금 맛보았다. 기미상궁이 되어야 한다.
오오. 나쁘지 않은데? 휴 다행이다. 이 정도면 훌륭해.
“자. 한 잔 드셔보아“
난 조금 뿌듯한 마음으로 너에게 한 잔 내밀었다.
다도인의 예의를 갖춰서.
“응. 고마워.”
그러더니 네가 포동포동한 손가락으로 장난감 같은 찻잔을 집어든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엽다는 생각을 하려는 순간,
오 마이 갓. 세상에. 맙소사!!!
꿀꺽.
쏘주 원샷을 하듯, 차 한 잔을 홀라당!! 입에 털어 넣는 너.
“야!!!!!!!!!!“
“왜?????“
눈만 끔뻑이는 너란 남자.
그리고 입맛 쩝쩝이며 한다는 말이
“맛있는 건가? 달달한 설탕물 같은데?“
깊은 한숨만 나온다.
차를 쏘주 마시듯 하는 너에게,
어떻게 차의 맛을 알려줄 수 있을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