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포종은 문산에서 나는 차입니다 (2)

대한민국 문산 말고...

by 구름소리

오늘 난

너에게 문산포종이란 차를 내려주고 싶었다.


"문산포종? 그게 어떤 찬데?"

"대만 오룡차 중 하나인데, 살짝 풀향기도 나고, 꽃향기도 나고. 암튼 마셔봐"


내가 찻잎을 건네자, 너는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당황) 아니이... 그렇게 코를 차에 갖다 대지는 말고..."

"아 미안. 그치만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거 같아서.."


그러더니, 손으로 휘휘 허공을 저으며

냄새를 잡아보려고 하는 너.

갑자기 귀엽다.


"흠. 쪼으끔 나는 거 같다. 녹차랑 비슷한 거 같은데?"

"녹차 아니고, 오룡차야"

"오룡차랑 녹차가 어떻게 다른데?"

"만드는 방법이 다르지. 녹차는 살청이라는 과정을 통해 찻잎이 발효되는 것을 딱! 막아주거든"

"살청????? 와우. 좀 살벌하게 들리는데"

"하. 일리는 있어. 죽일 살자 쓰거든"

"에에???"

"죽일 살. 푸를 청. 한 마디로 ‘푸른빛을 죽인다’는 뜻. 찻잎에 들어 있는 산화효소에 열을 가해, 효소 작용을 멈추게 하는 작업이야"

"그래애애애?"


네가 날 물끄러미 본다.

감탄하는 건가?

나 오늘 잘하고 있는 걸까?


문산포종




"근데 말야. 전부터 느낀 건데. 너 설명할 때 보면, 항상 눈이 짝짝이다?!"

이건 또 뭔 소리…?


"오른쪽 눈이 완전 커져. 뭐랄까. 너의 그, 논리적인 좌뇌가 막 활성화 되나 봐"


뭐지? 어쨌든 칭찬은 아닌 것 같다.

"차나 마셔"


때마침 물이 끓는다.

나는 다호 뚜껑을 열고, 주전자에서 끓고 있는 물을 조용히 붓는다.

쪼르르르르

물 따르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예뻐진다.

제발 너의 경우도 그러길 바라.


다호의 물을 비워내고,

찻잎을 조심스레 넣었다.


"그 물은 왜 버리는 거야? "

"다호를 데워야지. 찻물의 따뜻함이 유지되도록"

"(끄덕끄덕) 역시 김유리의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었군"


왜 저러는 거지?

좀 신경 쓰인다.

몰라 몰라. 난 오늘 그저 너에게, 기가 막히게 멋진 문산포종의 맛을 맛보게 하고 싶을 뿐.

집중해 보자.


하나 둘 셋... 넷...

지난번처럼 놓치지 말아야지. 집중 집중.

오늘은 마음속으로 40 정도만 세자.


"근데 말이야, 문산포종이라면, 문산에서 나는 차를 말하는 건가?"

"응"

"파주 옆 문산?"

"야 바보야. 아까 대만 오룡차라고 했잖아. 근데 웬 파주 옆 문산? 내 말 듣는 거야?"


침묵이 흐른다.

아차, 나도 모르게 발끈했구나.

창피하다. 차를 내리며 발끈하다니.


"왜 화를 내고 그래..."

"화내는 게 아니구."

"화내고 있잖아 지금..."

"화내는 게 아니라니깐!"


이런.

정말 화를 내고 말았네.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게다가 진짜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또 숫자를 까먹고 말았다.

40까지 세고 차를 내려주려고 했는데. 아 씨..


시무룩한 내 표정을 보더니, 이 남자, 걱정한다.

"... 진짜 화 난 거야?"

"... 망했어. 너랑 얘기하다가, 차 넣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까먹었어"


서둘러 다호의 찻물을 투명한 유리 숙우에 내린다.

근데 빛깔은 참 곱구나.

마침 창문에서 햇살이 들어, 유리그릇 안의 찻물이 투명하게 빛난다.



"색깔은 되게 예쁜데! (킁킁) 와!! 진짜 풀향기, 꽃향기 장난 아니다 응?"

괜히 호들갑을 떨어주는 너.

"따라 줘 봐 얼른. 맛있을 거 같아"


쪼르르르.

찻물이 너의 잔 속으로 흘러간다.


"지난번에 니가, 절대루 원샷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번엔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볼게“

그러더니 호로록. 호로록.

조심스럽게 찻물을 조금씩 입안에 흘려 넣는 너.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니?


"맛있다. 이런 맛 첨이야. 정말. 진짜로"

"진짜? (그럴 리가) 진짜 맛있어?"

"응.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차 처음이야. 와! 김유리 최고"


그 말에 조금 마음이 풀려

나도 한 모금 따라 마신다.

호로록.


으악!!!!!!!!

퉤퉤퉤!!!!

최영민 너 미맹이니?

어떻게 이렇게 떫게 내려진 차를 맛있다고????


하지만

말없이 나를 보는 너.

나도 너를 본다.


"유리야

난 네가 내려주는 차는

전부 다 맛있어"


우리 사이를

향긋한 차향이 채운다.





PS

너에게 오늘 맛있는 문산포종을 내려주고 싶었어.

왜냐하면.

지난번 타이베이에 갔을 때,

갑자기 문득, 네 얼굴이 떠오르게 만든 차였거든.

닮았어. 은은한 풀향기랑 꽃향기 나는 이 차랑. 너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