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둘 다 키우는 법

TaPick #112

by 팀어바웃

1. 옛날 중국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한 아들은 우산을 팔고, 다른 아들은 짚신을 팔았죠. 비가 오면 짚신이 안 팔리고, 해가 나면 우산이 안 팔립니다. 어머니는 날마다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이 웃고, 해가 나면 짚신 장수 아들이 웃는다고요. 생각을 바꾸니 매일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요즘 실리콘밸리 VC들이 딱 이 어머니 같습니다.


2. 앤트로픽이 300억 달러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 명단을 보니 낯익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파운더스 펀드, 시퀀시아, 인사이트 파트너스. 이들은 오픈AI에도 투자한 회사들입니다. 심지어 블랙록은 임원이 오픈AI 이사회에 앉아 있는데도 앤트로픽에 돈을 넣었습니다. 경쟁사 양쪽에 베팅하는 거죠. 오픈AI가 이기든 앤트로픽이 이기든, 어느 쪽이 웃어도 자기들은 웃습니다.


3. 지금까지 VC는 이렇게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창업자의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존재로 마케팅해왔죠. 내 돈을 받으면 내가 너를 도와 경쟁사를 이기게 해주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비상장 기업은 기밀 정보를 투자자와 공유하고, 이사회 의석까지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샘 알트만은 2024년 투자자들에게 앤트로픽, xAI 등 경쟁사 목록을 건네며 투자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C 업계 출신이라 게임의 법칙을 너무나 잘 알아서였을까요?


4. AI의 미친듯한 발전 속도와 어마어마한 투자 규모가 모든 관례를 깨고 있습니다. 오픈AI 1000억 달러, 앤트로픽 300억 달러. 이 정도 규모의 베팅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 한 투자자는 이사회 의석만 안 받으면 이제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한쪽에만 투자하는 VC도 있습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오픈AI만, 멘로 벤처스는 앤트로픽만 지원하죠. 하지만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5. 어쩌면 VC들이 똑똑한 건지도 모릅니다. AI 시장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둘 다 키우면 비가 오든 해가 나든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다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 있겠죠. 내 투자자가 경쟁사에도 돈을 대고 있다면, 과연 누구 편인 걸까요? 의리와 충성의 시대는 과연 그 끝이 오게 될까요?


https://techcrunch.com/2026/02/23/with-ai-investor-loyalty-is-almost-dead-at-least-a-dozen-openai-vcs-now-also-back-anthr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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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저울을 든 여인(Woman Holding a Balance),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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