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Pick

변기 만드는 회사가 AI 수혜주가 된 이유

TaPick #111

by 팀어바웃

1. 일본 기업 토토(TOTO)는 온수 비데를 발명한 회사입니다. 1917년 설립 이래 100년 넘게 변기와 비데 등 욕실에 사용되는 세라믹 설비를 주로 만들어왔죠. 그런데 지난주 이 회사 주가가 하루 만에 11% 급등, 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본업이 아닌 AI 인프라 수혜주로서 떴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어요.


2. 토토가 변기를 만들며 100년간 쌓아온 도자기 성형과 소성 기술이 빛을 발했는데요. 반도체 제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전척(ESC)이라는 부품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 정전척은 레코드판처럼 생긴 세라믹 원판으로, 정전기로 실리콘 웨이퍼를 붙잡아 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드는 데 4,000단계 이상의 공정이 필요한데 웨이퍼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1만큼만 흔들려도 불량이 납니다. 정전척은 이 웨이퍼를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잡아주는 냉동고의 바닥판 같은 존재입니다.


3. 최신 EUV 리소그래피 공정에서는 정전척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EUV는 13.5nm라는 극히 짧은 파장의 빛을 쓰기 때문에 고진공 환경에서만 작동하는데, 기존의 진공 흡착 방식으로는 웨이퍼를 고정할 수 없거든요. AI 붐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EUV 공정 사용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토토의 정전척 관련 매출도 급증했습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토토 전체 영업이익의 42%가 이 반도체 소재 사업에서 나옵니다. 마진율은 40%에 가깝고요. 변기 사업 마진이 7%인 것과 비교하면 이쪽이 '진짜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셈인데요.


4. 일본에는 이런 회사가 꽤 있습니다. MSG 조미료로 유명한 아지노모토는 반도체 칩 절연 필름을 만들고, 세안제를 파는 화장품 기업 카오는 웨이퍼 세정 사업을 합니다. 소비재와 산업재를 둘 다 다루는 것이죠. 영국의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는 최근 토토 이사회에 760억 엔의 사내 현금을 변기 대신 세라믹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속된 말로, 돈 벌어다 주는 사업을 외면하고 과거의 관습에 얽매이지 말라는 겁니다.


5. 100년 된 변기 제작 기술이 AI 시대의 핵심 부품이 되다니, 재미있는 일입니다. 기술의 가치는 그것이 어디서 시작됐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도 읽힐 수 있습니다. 토토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도자기 기술이 언젠가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데 쓰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https://finance.yahoo.com/news/toilets-chips-totos-electrostatic-chucks-1540342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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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샘(Fountain),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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